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의 전용면적 101.9㎡ 규모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김모씨.

집주인이 3억원이 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자 김씨는 감정가 5억2천만원의 70.7%인 3억6천779만원에 낙찰받았다.

1년 전 전세계약 당시 2억원이던 전셋값이 올 들어 2억8천만원까지 오르면서 오히려 집을 사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김씨는 "요즘 같은 때 지금 보증금으로 다른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며 "싸게 집을 사 대출금을 갚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해 고민끝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직접 낙찰받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12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2월까지 법원 경매에서 낙찰된 서울·경기·인천지역 아파트 중 세입자가 낙찰받은 물건비율이 전체의 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 낙찰건수 1천831건 중 90여건이 세입자에게 돌아갔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세입자 낙찰 비율은 2008년 1.1%에서 2010년 2.3%, 지난해 4.9%로 매년 증가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전셋값 상승으로 현재의 보증금으로 다른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자신이 살던 집의 경매에 직접 참여해 싸게 집을 마련하려는 세입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세입자의 경우 다른 응찰자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낙찰받을 수 있어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