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 명분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 유지
정부 '인천…서비스산업 허브' 육성 정책과 모순
국회 법안 발의됐지만 비수도권 의원 반발로 무산


정부가 인천을 '일자리 양산형 서비스산업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은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국가 경쟁력 강화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 등의 개선없이 이 같은 육성 계획을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 수도권 규제, 이제는 아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필두로 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정책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30년 이상 유지됐다.

수도권에 대학과 공장 등의 설립을 제한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 지방의 인력이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도권 규제 정책은 정부의 '일자리 양산형 서비스산업 허브' 육성 계획과 모순된다. 수도권 규제가 수도권의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해 인구의 유입과 집중을 막고자 하는 것인데, 이를 놔두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기존 수도권 규제 정책을 놔두고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며 "수도권 규제라는 대못을 뽑지 않고 일부 작은 부분만을 고쳐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선진국, 수도권 규제를 풀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수도권 규제 정책을 폈던 해외 선진 국가들은 이미 수도권 규제 정책을 과감히 버렸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950년대 인구·산업의 도쿄 집중현상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규제정책을 시작했던 일본은 2000년대 말부터 수도권 정책의 초점을 '규제'에서 '수도권 기능의 강화·재편'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일본 내 장기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유사한 '수도권 기성시가지의 공장등 제한법'을 없애는 등 수도권 규제를 폐지한 것이다.

프랑스는 파리 지역의 개발 억제를 통해 지방 경제를 살린다는 이상론이 파리의 경제침체로 이어져 결국 국가 전체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1980년대 초부터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 프랑스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도권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기 시작했다. 인근 영국 역시 프랑스와 경쟁력 확보 등을 이유로 비슷한 시기에 수도권 규제를 폐지했다.

■ 수도권 규제 완화가 국가경쟁력 확보 첩경

수도권 규제를 풀기 위한 시도는 국회 차원에서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수도권의 반발은 여전하다.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수도권정비계획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수도권 규제에 묶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안이다. 지난 18대 국회 때에도 발의됐는데,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로 처리가 무산됐다.

'인천국제공항복합도시 조성 특별법안'도 마찬가지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지역을 '고용창출 효과가 높고, 동아시아의 소비 수요를 견인할 일자리 양산형 서비스 산업의 최적지'로 육성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이 역시 '왜 수도권 지역만 키워주려 하느냐'는 비수도권 지역 국회의원의 반발기류가 여전한 상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안 보고서를 통해 "주요 선진국들은 국제적인 도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선택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병행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현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