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원자력방호방재법안과 한미방위비분담협정 비준안의 국회처리 지연을 거론하며 직설적인 표현으로 '유감'까지 표시했다.

그동안 국회에 대해서는 '행정부는 행정부대로, 입법부는 입법부대로 할 일이 있다'며 민생법안의 통과를 에둘러 촉구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날은 작심한 듯 여의도 정치권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여기에는 다음주 예정된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와 다음달 말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각각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월 '원포인트 국회'라도 열어서 두 가지 안건을 처리하지 않으면 정치적, 외교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으로 해석된다.

원자력방호방재법안은 핵 범죄자를 처벌하고 핵 범죄행위를 직접적인 핵물질 탈취뿐 아니라 원자력시설 손상으로 핵물질을 유출하는 행위까지 확대하는 규정 등을 담은 '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안'으로, 핵테러 방지를 위한 유엔의 두 협약에 호응하기 위한 것이다.

2012년 8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관련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데,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지난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한 국가의 대통령으로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핵테러 억제협약과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비준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는데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며 "약속한 것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국제적으로 얼마나 신뢰를 잃게 되겠느냐"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주한미군의 주둔에 필요한 비용 중 일부를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 동의안도 지난 2월 7일 제출됐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잘못하면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우리 근로자들의 급여도 줄 수가 없게 되고 관련 중소기업의 조업도 중단될 우려가 있다. 또한 국가 신인도의 추락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 이슈를 계기로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이름을 정하고 본격적인 창당 작업을 밟는 야권 통합신당과 각을 세우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