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빌려주면 월 수익 보장합니다'.

통장을 임대하면 월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문자를 받고 통장을 빌려줬다 보이스피싱 가해자로 몰리는 등 신종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휴대폰에 '통장임대 모집합니다. 150주/600월'이라고 적힌 문자가 전송됐다. 150개 통장을 임대하면 매월 600만원씩의 수익금을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통장을 빌리겠다는 곳은 의류수출입무역회사, 인터넷게임업체 등으로, 업무이체용으로만 사용하겠다고 안심시켰다. 게다가 통장을 임대해 주면 월 200만~600만원의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유혹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통장임대를 모집하는 업체들 상당수가 보이스피싱과 연루돼 1계좌당 20만~25만원 가량을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하고 있으며 임대통장은 대포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통장을 임대하겠다는 사람들에게 통장과 입출금카드, 카드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등을 요구하고, 인터넷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내기 때문에 추적도 불가능하다.

대학생 A씨는 올초 통장을 임대해주면 하루 7만원씩 수익금을 주겠다는 문자에 속아 통장을 빌려줬지만, 대포통장으로 사용돼 벌금 100만원을 물고,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민사소송까지 당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포털사이트에는 통장을 임대했다가 돈도 받지 못한 채 대포통장으로 악용되면서 오히려 보이스피싱 가해자로 몰린 사람들의 상담글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제도권 대출이 안되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미끼삼아 통장을 받아챙기던 수법이 대부분이었는데, 대놓고 통장임대 문자를 보내 '부업'처럼 포장하는 것은 신종수법"이라며 "통장을 임대한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범죄에 악용되면 가해자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전자금융거래법 제 6조에 따라 타인에게 본인통장명의를 빌려주면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빌려준 통장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되면 공범이 될 수 있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