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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날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河野)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을 긍정 평가를 하면서 이를 계기로 오랫동안 단절됐던 한일정상간 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브루나이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기념촬영에서 아베 일본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연합뉴스 |
일단 무엇보다도 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처음으로 회동을 갖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외교부 동북아국장을 지낸 조세영 동서대 교수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일관계가 전면적으로 계속 냉각돼 있는 것도 좋지 않다"면서 "한미일을 통해 복원의 실마리를 간접적으로 찾게 될 수 있다는 것은 플러스 요소"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 태도 변화가 없는 일본의 대화 공세가 이중적인 태도라는 비판이 많지만, 대외적으로 볼 때 일본의 대화공세를 거부만 하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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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베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인식을 담은 고노담화가 있다며 이를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고노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1993년 8월4일 고노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로, 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이다. /AP·교도=연합뉴스 |
이번에 한미일 3자 회담이 성사되면 일본보다는 미국 관계에서 의미가 더 크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 외교의 핵심 축인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일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아직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은 크게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3자 회담이기는 하지만 한일 정상이 만나게 되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성공적인 회담 개최를 위해서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선제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한일정상회담을 사실상의 일본의 변화를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가 이번에 한미일 정상회담을 안 받으면 한미관계도 굉장히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여 고육지책으로 만나는 것 같다"면서 "우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득실 면에서 볼 때 '불가피하게 만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한 우리와는 달리 일본은 얻는 게 더 많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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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미일 3자 회담의 의미를 북핵 등 안보 이슈로 한정하려는 우리 정부의 분위기에 비해 일본은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는데 큰 의미를 둘 것으로 보인다.
조세영 교수는 "일본이 얻었으니깐 우리는 잃는 그런 게임은 아니다"면서도 "한미일이든 한일이든 마주 앉아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해도 일본은 국내적으로 충분히 자기 점수는 따고 남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내각 입장에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별다르게 양보한 게 없다는 점도 나름의 성과로 자평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최근 "고노(河野)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이는 우리 입장에서는 하지 말아야 될 것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원상회복' 정도다.
이런 득실 측면에서 봤을 때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이 1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태도변화 없이 한일 정상간 만남이 성사되면서 만남 이후에도 양국의 과거사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핵안보정상회의에서의 한미일 3자 정상회담 직후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의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가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 등 일본의 과거사 도발 일정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