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일 오후 11시 45분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버스끼리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신호대기 중이던 30-1번 버스를 3318번 버스가 뒤에서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3318번 버스 운전사 염모씨와 승객 등 3명이 중상을, 나머지 승객 10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9대의 차량을 연달아 들이받은 시내버스의 '광란질주' 때문에 승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염모(60)씨가 몰던 3318번 버스는 오후 11시 43분께 송파구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 3대를 연이어 추돌했다.
염씨는 추돌 후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직진, 잠실역 사거리에서 노선을 이탈해 오른쪽으로 꺾었다. 버스는 원래 잠실역 사거리에서 직진해 다음 교차로에서 우회전하기로 돼 있었다.
염씨는 우회전한 뒤 그대로 내달려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오후 11시 46분께 신호대기 중이던 옆 차로의 택시와 승용차 등 차량 5대를 가볍게 스쳐 앞에 있던 30-1번 버스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사고 버스는 차체 앞쪽이 완전히 찌그러졌고 깨진 유리창 파편은 차로와 인도까지 덮었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한 시민은 "'꽝'하는 소리가 크게 나서 폭발이라도 난 줄 알았다"며 "3318번 버스가 질주하는 모습을 보며 브레이크 고장이 아니고서는 저렇게 달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1차 추돌 후 "차를 세우라"고 소리쳤지만 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승객 강모(17)군은 "승객들이 차를 세우라고 소리 질렀고, 그 중 한 명은 염씨에게 다가가서 멈추라고 했지만 계속 달렸다"며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피해버스인 30-1번에 탔던 한 승객은 "늦은 시간이라 주로 젊은 승객들이 편안하게 스마트폰을 보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나도 졸다가 깼는데 몸이 붕 뜨면서 동시에 앞으로 고꾸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충격으로 버스 뒷문 쪽에 누운 채로 사망한 승객을 지나 모두 비몽사몽 한 상태로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30-1번 버스에 탔다가 변을 당한 이상열(20)씨는 신입생 환영회를 다녀오던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은 3318번 버스의 결함과 운전자 염씨의 음주, 병력 등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버스 회사 측은 "브레이크 결함 등 차량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3318번 버스를 운행하는 송파상운 관계자는 "일 년밖에 안 된 새 버스"라면서 "지난 18일 실시한 정기점검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운전자 염씨는 평상시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파상운 관계자는 "최근 마라톤 대회에도 참여해 완주할 정도로 건강했고 2010년 8월 채용 당시 진행한 신체검사에서 지병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경찰 측에서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