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올해 본격적으로 '웹툰 세계화'에 발벗고 나선다.
웹툰은 '웹(web)'과 '만화(cartoon)'의 합성어로, 인터넷 상에서 즐길 수 있는 만화를 말한다. 최근에는 PC뿐 아니라 모바일로 웹툰을 보는 독자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네이버 웹툰 독자는 월간 1천700만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다음, 네이트 등 다른 웹툰 서비스의 독자 수를 합하면 국내 웹툰 독자는 조만간 2천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네이버 전체 방문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웹툰은 그 자체로도 인기가 많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처럼 영화화되거나 게임, 드라마, 캐릭터 등으로 재탄생하면서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5년 6월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는 10년째를 맞이할 2014년을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1본부장은 지난 20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2014 정보통신기술(ICT) 민관 전략 설명회'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서비스 해외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번엔 콘텐츠로 세계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본부장은 "작년부터 웹툰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준비했다"며 "앞으로 10년간더 열심히 하면 한류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이버는 올해 중반 해외 서비스를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후 2015년까지는 웹툰 세계화 1단계로 작품·작가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2016∼2017년에는 2단계로 독자를 확대하고, 3단계인 2018∼2020년에는 웹툰이 주류 문화로 자리 잡도록 노력한다. 2024년까지는 4단계로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는 원천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강화힐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미래창조과학부 공동취재단에 "서양이나 일본도 모르는 문법을 가진 웹툰을 통해 한국도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한국의 웹툰은 싸이가 유튜브를 통해 거둔 것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는 해외진출 초기에는 현지 서비스 제공자와 제휴해 인기작의 번역본을 배포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웹툰 배포 방식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운영체제(OS), 하드웨어, 사용자경험(UX)에 적용해보며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는 영어·중국어권 만화 시장의 인기 장르와 입소문으로 인기를 얻은 한국 웹툰을 중심으로 번역 예정작을 선정하고 있다. '신의 탑'(SIU 작가), '노블레스'(손제호·이광수 작가), '갓 오브 하이스쿨'(박용제 작가), '소녀 더 와일즈'(HUN·제나 작가) 등 40여 작품이 영어로 번역될 후보로 올랐다.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노블레스'를 비롯한 30여편의 국내웹툰이 눈길을 끌며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당시 도서전 웹툰관에서는 2만명이 넘는 방문자가 찾아왔고, 40여개 출판사와 한국 웹툰에 대한 판권 상담을 진행했다. 이 도서전에서 이미 외국인 열성팬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된 작품들은 연내 해외에서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다음 달 8∼10일 한국이 주빈국(Market Focus)으로 참가하는 '2014 런던도서전'에는 만화·웹툰 홍보관이 마련된다. 네이버도 런던도서전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며 해외 반응을 살펴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의 '공유 문화'에 힘입어 성장한 웹툰이지만, 개방적 인터넷 환경이 오히려 웹툰에 위기로 다가오기도 한다. 불법 번역으로 저작권을 침해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웹툰이 해외에 공식 진출하기도 전에 외국에서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불법 번역사이트가 있다.
웹툰 서비스 초기 출판 만화·작가의 저항과 '중소업체 죽이기' 비판을 받았던 네이버는 이제 웹툰 세계화를 앞두고 불법 번역·복제와의 전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한 본부장은 "영어·중국어 등 기반의 불법 번역 사이트에 대응하는 것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