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의 가난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2011년 현재 전국 군지역의 빈곤율이 경상소득 기준 9.76%로 서울 등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보다 무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경상소득은 임금사업소득과 사적(私的) 이전소득을 합한 시장소득에 국민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까지 더한 수입으로 농어가 10가구 중 1가구는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절대 빈곤에 시달린다는 의미이다. 작금의 사회복지지출 확대도 별무성과인 것이다.

도시보다 훨씬 심각한 농촌 소득 양극화가 결정적인 이유이다. 농가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누적소득은 2005년의 9.6배에서 2010년에는 무려 12.1배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도시가구의 소득격차는 5.4배에서 7.1배 증가에 그쳤다. 농촌의 부익부 빈익빈 심화는 근간인 중소농 분해로 귀결되어 사회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개연성도 크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경고에 눈길이 간다.

고령화와 다문화, 귀농 증가 등이 어우러진 결과이나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 결정적이다. 국내 물가안정과 수출제고를 위한 농업 선진국들과의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가소득이 곤두박질한 때문이다. 기업농 육성정책은 설상가상이었다. 정부는 6㏊ 이상의 쌀 전업농 7만 가구를 육성해 전체 벼 재배면적의 50%를 담당케 한다는 목표로 1995년부터 쌀 전업농을 선정하고 농지은행을 통해 영농규모 확대를 지원한 결과, 2012년말에는 목표대비 93%를 달성했다. 앨버트 허쉬만 방식의 불균형 농업정책이 농촌양극화를 부채질한 것이다.

정부의 지원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나 정책효과를 농민들이 체감치 못하는 점이 더 큰 고민이다. 이명박 정부는 농촌의 보건복지, 교육, 생활, 인프라, 문화여가 등에 총 23조5천억원을 투입했음에도 현장의 평가는 별로인 것이다. 사람들이 출입을 꺼리는 도내의 모 나환자촌에 농촌체험관을 짓는 식이니 말이다. 책상물림 행정에다 정책기능이 부처별로 분산된 탓이 크다. 박근혜정부 들어 농촌복지 홀대현상은 더욱 노골적이다. 농어촌 주거 및 의료지원예산 동결에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다시 추진된 것이다. 식량안보 홀대도 유감이나 더 이상의 농민 영락(零落)만은 없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