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핵심인 우리은행에 대해 지분 분산 매각 방식 추진을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단숨에 우리은행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오랜 꿈은 당장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 방안으로 '희망 수량 경쟁입찰' 매각 방식을 제시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우리은행 지분 33% 이상을 지배주주에 매각하는 방식을 추진했으나 최근 지분 분산 매각 방식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수량 경쟁입찰' 매각방식은 정부가 정해놓은 희망 매각가격과 매각 지분에 맞는 가격과 매수량을 써낸 입찰자 모두에 지분을 파는 방식이다.

경쟁입찰(유효경쟁) 요건을 갖추면서 정부 보유 우리은행 지분을 많이 내다 팔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 방안은 기관투자가들에 일정 지분을 골고루 넘기는 '분산매각' 형태다. 이 방식이 성공하면 우리은행의 지분구조는 5∼10% 지분을 보유한 여러 과점주주가 존재하는 이른바 '자갈돌 소유구조'를 갖추게 된다.

정부가 지배주주가 아닌 자갈돌 주주 방식을 새로 내놓은 것은 정부가 보유한 지분 57% 중에서 경영권을 쥘 수 있는 33% 이상 대량 지분을 지배주주에 일괄매각하는 방식이나 국민주 방식의 실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분 일괄매각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으나 매수 주체를 찾기가 어렵고 특혜 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 우리은행 지분 33% 인수에는 3조∼4조원대, 57% 지분 전량 인수에는 6조∼7조원의 자금이 필요해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

연합뉴스가 증권가 금융담당 분석가를 대상으로 한 우리은행 매각방식에 대한 설문에서도 전문가들은 일괄매각과 국민주, 블록세일(대량매매) 등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주나 블록세일 방안은 공적자금 회수율이 낮고 일괄매각 방식은 매각 지분규모가 커 인수할 기관이 없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유력한 방안인 과점주주(자갈돌 주주) 방식이 추진되면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는 당장 어려워진다. 은행업 진출은 신창재 회장의 오랜 꿈으로, 교보생명은 2012년에도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를 검토했다가 포기했다.

정부가 이번에 일정 지분 인수자에 추후 지분을 더 살 수 있는 콜옵션 부여를 검토하고 있으나 특혜 시비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쉽지 않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리은행 매각방식은 공적자금 회수율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5∼10% 지분을 보유한 여러 과점주주를 만드는 형태가 실현 가능성도 크고 경영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특정 주주가 나중에 지배주주가 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추가 지분을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반대"라고 못박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