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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스타이겐버그호텔에서 동포간담회에 앞서 파독광부 및 파독 간호사를 접견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반세기 전인 1964년 12월 경제개발을 위한 종자돈인 상업차관을 빌리기 위해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뿌렸는데, 딸인 박 대통령이 꼭 50년 만에 독일을 다시 찾아 그들의 손을 잡고 감사를 표한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난 1964년 12월6일 독일 정부가 보내준 루프트한자 649호기에 올라 7개 도시를 경유하며 장장 28시간의 비행 끝에 베를린에 도착, 독일에서 1억5천900만 마르크(약3천500만 달러)의 차관을 얻는데 성공했다.
각각 1만여명, 8천명에 이르게 된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임금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이 차관과 이들이 국내로 송금한 외화는 추후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 등을 건설하며 우리 경제가 재건의 길로 들어서는 초석이 됐다.
당시 체류 나흘째인 12월10일 박 전 대통령은 루르 지방에 위치한 독일 함보른 탄광으로 향했다. 인근 탄광에서 일하는 300여명의 파독 광부들과 루르 지방도시 뒤스부르크와 에센의 간호학교에서 일하는 파독 간호사 50여명이 모두 한복차림으로 박 전 대통령 내외를 기다렸다.
현지 광부들로 구성된 밴드가 애국가를 연주하자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준비된 원고를 내던지고 "국가가 부족하고 내가 부족해 여러분이 이 먼 타지까지 나와 고생이 많습니다. 이게 무슨 꼴입니까. 내 가슴에서 피눈물이 납니다. 우리 생전에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들에게 잘사는 나라를 물려줍시다"라며 격정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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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스타이겐버그호텔에서 동포간담회에 앞서 윤행자 한독 간호사협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도 당시 펴낸 '방독소감'을 통해 "분별없이 마구 흘러내리는 눈물을 들킬세라 참고 참았으나 걷잡을 수 없는 격정은 애국가의 울려 퍼지는 소리를 핑계삼아 나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흐느끼게 하고 말았다"며 "그곳에 모인 간호 학생들을 눈이 빨갛게 되도록 울렸고 또 모든 사람의 가슴을 두드린 그 순간을 나는 지금도 또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50년이 흘러 딸인 박 대통령은 이날 드레시덴시의 한 호텔에서 1960∼70년대 독일에 파견돼 활동하다 지금은 백발이 성성한 광부와 간호사 각각 9명씩을 만나 고국 발전에 기여했음을 치하하고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말 그대로 저개발 국가였던 시절 후손들에게 잘 사는 조국을 물려주기 위해 먼 이국에서 고생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원조공여국으로 성장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파독 이후 독일에 체류하면서 독일 한인사회의 근간을 형성해 양국간 민간교류와 우호증대에 기여해 왔다"고 평가한 뒤 "앞으로도 이처럼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2월 대통령 취임식에 파독 광부·간호사 단체 대표로 참석한 고창원(광부단체)씨, 윤행자(간호사 단체)씨 그리고 지난 1999년 박 대통령이 서부 루르 탄광지역에 있는 로베르크 광산을 찾았을 때 수행했던 김용운씨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참석자 중 신성식씨는 1971년 독일에 파견돼 일하다 2012년 이후로는 과거 베를린 장벽에 있던 검문소로 동서 베를린간 드나들 수 있었던 유일한 관문인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에서 한국어 안내 봉사를 하고 있다.
1960∼70년대 독일에 파견된 우리 광부·간호사들은 약 1만8천명(광부 8천명, 간호사 1만명)이며, 현재까지 독일에 체류 중인 파독 근로자의 수는 약 3천300명(광부 1천300명, 간호사 2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 대통령은 파독 광부·간호사들과의 만남 행사 이후 독일 동포 150여명을 초청, 만찬 간담회를 개최하고 한국과 독일간 우호협력 증진 활동을 격려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베를린에서도 선친의 발자취를 쫓았다. 박 대통령은 하루 전 베를린의 지멘스 가스터빈 공장을 찾아 한국과 독일간 경제협력과 통일을 대비한 경제계의 역할 등 조언을 경청했다.
지멘스 가스터빈 공장은 지난 64년 12월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당시 방문했던 곳이다.
지멘스사도 이를 감안한 듯 브리핑용 파워포인트 첫 화면에 박 전 대통령 방문 당시 사진을 띄워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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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과 관련, 지난 1964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서독 방문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서독공항에 도착해 환영하는 동포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방독소감을 통해 "지멘스 회사는 150년의 역사와 25만 명이나 되는 종업원을 가졌다"면서 "조국이 있어야 회사가 있고, 민족이 있어야 회사도 필요하지 않느냐고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기업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했다"고 적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50년이 흐른 뒤 이 공장을 찾아 방명록에 "지멘스가 한독 협력의 좋은 모델로 앞으로도 많은 성취를 이루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 통일독트린 발표…통독 인사 5명으로부터 조언 청취 = 앞서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에서 동독지역의 대표적인 종합대학이자 독일 5대 명문 공대의 하나인 드레스덴 공대를 방문해 정치법률분야 명예 박사학위를 받고 자신의 진전된 통일 구상을 발표했다. 이른바 '드레스덴 통일 독트린'이다.
이 구상에는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낙후한 인프라 건설이나 주민생활고 해결 등을 위한 경제분야의 협력을 넘어 정치와 행정·교육·문화 교류까지 망라하는 포괄적인 대북지원 방안이 담겼다.
박 대통령은 하루 전 틸리히 작센주 총리 주최 만찬에서는 "독일 통일을 하였을 뿐 아니라 통일 후 모범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한 작센주의 모습은 한반도 통일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대통령은 26일 베를린에서도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로타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라이너 에펠만 전 동독 국방장관, 이리스 글라이케 경제에너지부 정무차관, 요하네스 루데비히 전 경제부 차관 등 독일 통일 및 통합과정의 주역 5명을 초청해 독일의 경험과 우리 통일 준비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통일 당시 서독 내무장관이었던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80년대 서독은 동독이 필요로 하는 경제 지원을 제공하는 경우 항상 교류 확대와 활성화를 조건으로 내세웠고 이런 조건하에 교류를 지속했기 때문에 인적 교류와 왕래가 지속됐다"며 "퍼주기식 지원이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평화 혁명과 평화 통일이 가능했다"고 조언했다.
에펠만 전 동독 국방장관은 "모든 노력을 기울여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처럼 살고 싶다는 열망을 일으켜야 하며, 이를 위해 남북한간 인적교류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드레스덴·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