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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현지시간) 작센주 드레스공대를 방문, 교수. 학생등을 대상으로 통일 프로세스를 밝히고 있다. /드레스덴=연합뉴스 |
"남북한은 이제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등으로 가족들의 한을 풀고 동시에 남북간에 신뢰를 쌓는 길에 나서야 한다."(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8일(이하 현지시간) 독일에서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의 원형은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일정책 구상에 터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통일에 앞서 남북간 '신뢰구축' 조치가 선행돼야 하고 그 첫 단추를 이산가족 상봉에서부터 꿰야 한다는 핵심 개념이 놀라울 정도로 '닮은꼴'이라는 얘기다.
박진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D.C 우드루윌슨 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5월말 당시 청와대를 극비리에 방문한 박성철 북한 제2부수상과 만나 7·4 남북 공동성명을 비롯해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박 부수상은 "북한은 결코 남한을 침략하지 않을 것이며 남북한은 상호신뢰를 심화해 통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남북한이 힙을 합치면 강대국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며 "그러나 통일 논의를 너무 성급하게 하지말자. 남북간에는 장벽이 있고 그것을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남북간 상호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사실 나는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전쟁을 일으키고 청와대를 공격한 북한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 문제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여건이 충족된다면 김일성 주석을 만날 용의가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신뢰구축 조치는 이산가족 상호방문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을 통해 제시한 대북 제안의 핵심문구인 "남북한은 이제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등으로 가족들의 한을 풀고 동시에 남북간에 신뢰를 쌓는 길에 나서야 한다"는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대화록을 소개한 박 전 위원장은 "박 대통령과 선친 모두 남북간 신뢰구축 과정과 이산가족 상봉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당시 대화내용을 보면서 지금의 남북한 상황, 그리고 우리 정부의 대북접근 기조와 너무 흡사해 '데자뷰' 현상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50년전인 1964년 독일을 찾은 선친의 순방길을 되밟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나고 독일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門)을 방문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