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여아가 독감 치료를 위해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수액을 맞은 뒤 숨져 경찰이 조사 중이다.
31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의 A병원 응급실에서 독감 치료 후 수액을 맞은 유모(5)양이 퇴원 후 20여분 만에 갑자기 무호흡 증세를 보이다가 지난23일 오후 8시 18분께 사망했다.
이런 사실은 유양의 부모가 인터넷에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유양은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아 엑스레이 촬영과 독감 검사를 받았다. 앞서 유양은 지난 20∼22일 동네 병원에서 감기와 장염 증세로 치료약을 처방받은 상태였다.
A병원 의료진은 유양의 코에서 점액 등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B형 독감 판정을 내렸다. 의료진은 약을 처방했고 며칠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이 부족한 유양을 위해 낮 12시 26분부터 수액을 투약했다.
그러나 유양은 수액을 다 맞은 오후 3시 25분께 몸에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유가족 측은 주장했다.
유양의 아버지 유모(36)씨는 "딸 아이가 수액을 다 맞은 오후 3시 25분께 구역질을 하고 입술까지 하얗게 변할 정도로 온몸이 창백해졌다"고 말했다.
유씨는 "불안해서 '퇴원해도 괜찮냐'고 물었지만 병원 측은 1인실 입원 의사를 묻다가 '독감은 집에서 치료하기도 한다'며 입원을 강하게 권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퇴원한 유양은 집으로 가던 중 더욱 상태가 악화해 오후 4시 26분께 무호흡 상태로 A병원 응급실로 다시 옮겨졌다.
의료진은 유양에 대해 4시간가량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유양은 호흡이 다시 돌아오지 않아 결국 오후 8시 18분께 숨졌다.
경찰은 유양의 사망과 관련해 병원 측 등을 상대로 내사에 들어갔으며, 지난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실시한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병원 측 관계자는 의료진이 입원을 강하게 권유하지 않았다는 유가족 측의 주장에 대해 "독감 진단이 나온 낮 12시에 분명히 입원을 권유했지만 가족 측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이는 차트에 기록된 내용"이라며 "입원은 환자 측의 선택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었고 다음날 외래진료 예약까지 해줬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 관계자는 "오후 4시께 퇴원할 때는 아이의 상태가 괜찮았는데 이후 약 20분간 급격히 나빠진 것"이라며 "부검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사망 원인 등에 대한 의학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