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국민들의 모든 사랑을 받아온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이 지난 주말 전국에 태풍을 일으켰다. 선수들은 그동안 열악한 환경을 딛고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역사상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2012년과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강 신화'를 세우며 한국 컬링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들의 활약은 컬링 규칙도 잘 몰랐던 팬들의 눈과 귀를 자극했으며, 전국에 컬링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체계적 지원에 국민적 관심까지 더해지며 이제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던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무서운 공포와 관습이 숨어 있었다. 선수들은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세상에 알렸다. 코치의 폭언과 성희롱, 포상금 기부 강요 등까지 열거하며 세계선수권대회 직후 집단사표를 감독에게 제출해 파문을 일으켰고,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그간 한가족처럼 느꼈던 감독과 코치는 배신감을 느낀 듯 말문을 열지 못했고, 감독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병원 신세까지 졌다. 사태가 확산되자 해당 팀 소속인 경기도와 도체육회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선수와 코치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선수들이 밝힌 내용이 모두 맞다'며 코치를 전격 해임시켰다. 이후 선수들과 부모들은 도체육회의 설득으로 사직서를 철회하며 팀 훈련에 복귀할 뜻을 내비쳐 사태는 5일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경기도청 컬링팀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올해 세계 4강팀이면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급부상한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이지만, 이번 내홍으로 주도권을 타 시·도에 내주게 됐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착실히 준비한 경북체육회와 전북도청 등 다른 팀들에게는 이번 사태가 큰 호재로 작용했다. 도는 후임 컬링 코치 선임을 서두르고, 사고 재발 방지 대책, 의정부 국제컬링장 조기 건립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상처를 받은 선수들이 과연 정상적으로 경기력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고 했다. 선수들이 마음을 다시 잡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로 선수들 간의 믿음도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컬링은 선수 개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단결력과 협동심, 정신력이 승패를 좌우할 만큼 조직력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컬링은 선발팀이 아닌 단일팀이 국제 무대에 나가는 것이다. 도청 여자 컬링팀은 10년 동안 한국 여자 컬링을 이끌어왔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는 한국 컬링의 역사를 잇따라 갈아치웠다. 훈련비는 물론 기자재조차 구입하기 힘든 상황에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서로 믿음과 용기로 난관을 헤쳐나갔다. 컬링 선진국 선수들이 버린 기자재를 재활용해 사용하기도 했고, 감독은 사재를 내면서까지 컬링팀을 이끌었다.

이번 사태는 코치의 강압적이면서 불필요한 언행이 시발점이 됐다. 마땅히 잘못된 일이고 처벌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운동 선수라면 한번쯤 겪을 만한 일이 부풀려져 코칭스태프를 매도했고, 이런 문제를 소속팀과 한마디 상의없이 언론을 통해 곧바로 보도된 점은 아쉬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도청 여자 컬링팀이 해야 할 일은 모든 것을 잊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사태가 수습된 만큼 남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입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10년 전 동고동락했던 추억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서로를 의지하며 희생했던 일,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남을 시키기보다 자신이 먼저 했던 행동, 정식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던 순간 등 선수들의 고통이 지금의 환희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코치의 문제적 행동과 그것을 간파하지 못한 소속팀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되돌아봐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4년도 남지 않았다. 지금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준비한다면 동계올림픽의 주인공은 바로 선수들일 것이다.

/신창윤 체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