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을 마련하려고 내는 빚에 대한 우려가 도를 넘었다. 대책이 없으면 곧 '펑'하고 터질 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버블붕괴는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올해 초 발표한 2013년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수요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전세로 사는 1천273가구의 임차보증금은 평균 1억2천475만원으로 3년 전인 2010년 조사 때(7천528만원)보다 4천947만원 급증했다. 무려 65.7% 늘어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려고 은행에서 받은 대출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의 8배에 이른다. 7개 주요 시중은행과 정부의 국민주택기금에서 빌린 대출금만 30조원에 육박했고, 연체율도 급등했다. 국토교통부와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8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에 비해 3개월동안 1조5천억원이 증가했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전·월세 안정대책을 내놓고 나서 전세대출 증가폭이 더욱 확대됐다는 점이다. 특히 대출금 증가도 문제지만 대출금 부실도 늘어나고 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연체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다름아닌 '렌트푸어'가 현실화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주택 매매가격 상승 추세가 미미한데 비해 전세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전세가격은 2009년 3월 이후 60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전세금이 집값보다 높아지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미 경매시장에는 아파트 경매 중 청구액이 낙찰가보다 높아 전세보증금을 다 주지 못할 수 있는 물건이 전국적으로 매월 200여건씩 나오고 있다. 집을 팔거나 경매에 부쳐도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이 나오지 않는 '깡통주택'은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

물론 정부도 이런 심각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켜만 보기에는 전세빚 문제는 이미 심각하다. 정부는 지난해 집주인이 대신 주택담보 대출을 받게 하고 그 이자를 세입자가 내는 '목돈 안 드는 전세' 등 렌트푸어 대책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전세빚은 더 증가했다. 현실성없는 대책이 원인이었다. 집주인인 하우스푸어 위험이 세입자인 렌트푸어에 전가되고 있는 이런 현실,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 시급히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