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여자 어린이 사망 사건의 언니가 재판부에 보낸 탄원서. 자신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는 내용 등이 쓰여 있다. /연합뉴스
작년 8월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 A(당시 8세·초교 2년)양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임모(35)씨를 엄벌해달라는 진정이 재판부에 쏟아지고 있다.

계모 임씨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재판부에 반성문 20건을 제출했고, 법정에서는 끝까지 상해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9일 대구지법에 따르면 임씨가 지난해 10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 지난 8일까지 약 6개월동안 엄벌을 요구하는 시민의 진정서 256건이 접수됐다.

특히 이 사건의 전말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지난 7∼8일 진정서 16건이 집중됐다.

임씨는 지난 6개월동안 모두 20회의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했다.

자신의 잘못을 정말 뉘우친 것인지 의문이 남아 있는 가운데 일단 엄벌 진정서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수단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특히 임씨가 지난달 19, 26일 계속공판과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사실상 범행을 부인한 점에서 '모르쇠 방어'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변호사계의 해석이다.

임씨 반성문은 자신의 체벌 사실을 극히 일부 인정하고 풀려나면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내용이다.

임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의붓딸이 숨질 당시 자신이 아이를 세게 때렸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상해치사혐의로 징역 20년이 구형된 결심공판에서 자신의 혐의 내용이나 진술을 대부분 부인했다.

언니와 싸워 가끔 때렸을 뿐 A양을 학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구속 직후인 지난해 10월 A양 언니에게 '2학기 중간고사니까 동생(임씨가 데려온 친딸)을 잘 가르쳐줘라. 같이 여행가자'라는 다정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A양 언니의 변호인단은 임씨의 반성문은 방어 수단을 포함해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양 언니는 지난달 대구 한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계모와 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임씨는 그동안 병원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앞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척했으나 돌아서면 다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이 지난해 2월 구미의 한 병원에서 턱을 심하게 다쳐 입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임씨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병원 관계자는 "아이의 상태가 심각해 학대로 의심해 지켜봤는데 의사 앞에서는 순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그런데 병실에서는 아이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정상적인 모녀 관계라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에게 엄마에 대해 물으면 반사적으로 '우리 엄마 무척 좋아요'라고 대답해 더욱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며 "다친 팔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변형이 된 점 등으로 미뤄 의료 방임에 따른 학대라고 판단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소견서를 써서 보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지난해 2월 구미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에서도 A양의 얼굴, 팔, 다리에서 난 상처가 화장실에서 넘어져 다친 것 외에는 이유를 모른다고 답하는 등 자신의 행동을 감췄다.

이 때문에 구미아동보호전문기관은 임씨에 대해 물리적 방임, 정서적 학대라고 판단했을 뿐 상습적인 학대는 없다고 판정하는 데 그쳤다.

대구지역 한 변호사는 "재판부 입장에서 진정서와 반성문은 참고사항일 뿐"이라면서 "실체적 진실은 증거자료를 통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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