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울산과 칠곡 계모 사건에 대해 법원이 각각 징역 15년과 10년을 선고하면서 비슷한 사건을 두고 형량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 계모 사건은 검찰이 살인죄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상해치사죄만 인정했다. 칠곡계모사건과 울산계모사건 모두 인정된 혐의는 상해치사죄인데 선고 결과는 10년과 15년으로 나뉘었다.

이는 울산 계모의 경우 폭행 2시간 만에 피해 아동이 숨질 정도로 학대의 강도가 강했고 칠곡 계모 사건과 달리 여러 건의 상해 범죄가 추가 기소됨에 따라 권고 형량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법원의 '양형 기준'은 같은 범죄에 대한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고무줄 양형'에 대한 시비를 없애기 위해 도입됐다. 

권고사항이어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판사가 이 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을 할 경우 판결문에 그 이유를 써넣도록 법원조직법에 명시돼 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상해치사죄는 기본형이 최소 3년, 최고 5년으로 감경 사유가 있으면 2∼4년, 가중 사유가 있으면 7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가중처벌 사유가 2개 이상일 경우 형량 범위 상한의 절반을 추가해서 선고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상해치사죄의 양형 기준에 따른 최대 선고 형량은 10년 6개월이 된다. 가중 요소로는 ▲ 범행을 주도적으로 실행하거나 지휘한 경우 ▲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 중한 상해 ▲ 존속인 피해자 ▲ 비난할만한 범행 동기 ▲ 잔혹한 범행 수법 ▲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인 경우 등이다. 

울산 계모 사건은 양형 기준상 가중요소 가운데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점이 고려됐고, 칠곡 계모 사건에서도 상당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이 이뤄졌고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였다는 점이 가중 요소로 작용했다.
▲ 칠곡계모사건 징역 10년·울산계모 15년… 형량 차이 이유는?11일 '칠곡 의붓딸 학대 치사 사건' 피해 어린이의 아버지 김모씨가 선고공판이 열리는 대구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징역 15년의 울산과 징역 10년의 칠곡 계모 사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울산 사건의 학대 행위 강도가 칠곡보다 훨씬 강했다는 점이다.

울산 계모는 지난해 10월 24일 오전 8시 40분부터 35분간 주먹과 발로 피해아동의 머리, 배 부분을 때렸다. 피해아동은 결국 폭행이 있은지 2시간여 만에 다발성 늑골골절로 인한 두 폐의 파열로 같은 날 오전 11시에 숨졌다. 

칠곡 계모 사건은 지난해 8월 14일 오후부터 폭행이 시작됐고, 피해아동은 이튿날 6시께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외상성 복막염으로 숨졌다. 

울산 계모 사건의 경우 검찰이 피해 아동에 대해 2011년 5월과 2012년 5월, 2012년 10월에 이뤄진 구타 행위를 상해죄로 별도 기소해 권고 형량 자체가 높아진 영향도 있다.

두 사건 모두 상해치사죄에 가중요소까지 고려하면 권고 형량은 10년 6개월이지만 울산의 경우 상해치사죄에 상해죄가 추가돼 다수범 가중을 통해 권고 형량이 최고 13년까지 높아졌다. 

양형 기준을 따르더라도 선고할 수 있는 형량 자체가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울산 지법은 폭행 강도 등을 고려해 권고 형량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법은 "피고인의 폭행 정도가 무자비하게 강했고 그동안 학대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져 사망이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양형 기준의 상한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칠곡 계모 사건의 경우 이전에 이뤄진 폭행행위를 모두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해 다수범죄 처리기준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칠곡 계모 사건의 경우도 울산처럼 계속해서 구타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이를 아동복지법이 아닌 가중 처벌이 가능한 폭행죄 등으로 기소했더라면 양형기준상 권고형량 자체가 울산 사건처럼 높아졌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