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무공천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새누리당이 '새정치의 명분이 사라졌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련)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새정련도 기초무공천 공약의 당사자인 안철수 대표와 문재인 의원은 사과를 했으니 또 다른 공약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도 사과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가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프레임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번 지적했듯이 기초선거에서의 무공천이 새정치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유권자들의 기초선거 공천 여부에 대한 관심도도 낮은 편이었다. 새정련이 기초공천 여부를 결정할 때 실시한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30%밖에 안 되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런데 여야는 아직도 기초선거 공천 타령이다.

이번 기초공천 파동의 근원지는 새누리당이다. 기초선거에서의 공천은 제도적으로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약속을 지켰더라면 공천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공약을 번복한 새누리당이 새정련의 무공천을 둘러싼 반사이익에 기대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새정련의 공천 회귀에 대해 '사기결혼이니 이혼하라'는 등의 저급한 비난을 일삼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과정은 달랐으나 새정련도 결과적으로 공약을 파기했다. 정치는 과정 못지않게 결과도 중요하다.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4월 임시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이다. 그러다보니 민생과 관련한 정책과 입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기초연금관련 입법이 성사되지 않으면 7월부터 연금지급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여부를 둘러싼 방송법은 또 다른 뇌관이다. 민생이 외면당할 개연성이 큰 이유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국회인 4월 임시국회가 순항하리라고 보지는 않았으나 여야에게 민생은 관심이 없다. 기초공천에 관련한 여야의 책임 떠넘기기는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새정련에 대한 저급하고 과도한 비난을 삼가고, 새정련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한 새로운 정치는 국민의 삶의 구조를 개선하고 민생에 천착하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기초공천이 가져온 여야의 약속 위반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선거에서 심판할 것이다. 여야는 지방선거에서 민생과 정책으로 승부하고 국민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