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에서 남성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은 90명 중 1명꼴인 반면 여성이 임원에 오를 확률은 1천430명 중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대기업에서 대주주 일가를 제외하고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여성 등기임원은 한 명도 없었다.

16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 그룹 93개 상장사의 3월말 기준 남녀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은 94명으로 전체 여직원 수(13만912명)의 0.07%에 불과했다.

이는 1만명 중 7명꼴로 임원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로 2012년 0.06%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반면 남성 임원은 5천605명으로 전체 남자 직원 49만3천997명과 비교해 승진 확률이 1.13%였다. 여성 임원 승진 확률과 비하면 16배나 높은 수치다.

남녀를 합친 10대 그룹 임원 수는 5천699명이었고 이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65%에 불과했다.

특히 여성 임원 중에는 대주주 일가를 제외하고 등기임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

여성 등기임원은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등 4명이고 최 회장은 한진해운홀딩스 등기임원도 겸직하고 있다.

2013년 신규 선임된 여성임원은 41명이었고 이중 18명(44%)이 삼성전자 소속이었다.

여성 임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자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을 비롯해 심수옥·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 김유미 삼성SDI 전무, 이인재 삼성카드 전무, 김봉옥 제일모직 전무 등 50명이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번째로 여성임원이 많은 곳은 LG그룹으로 이정애 LG생활건강 전무, 류혜정 LG전자 상무, 조혜성 LG화학 상무 등 11명이었다.

SK그룹이 동갑내기인 김명희·박찬희·허선영 SK텔레콤 본부장, 강선희 SK이노베이션 본부장 등 10명의 여성 임원을 두고 있어 3위에 올랐다.

이어 한진(8명), 롯데(6명), 한화(5명), GS(2명) 순이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에만 조양호 회장의 자녀인 조현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를 비롯해 최은주 상무 등 6명의 여성임원이 재직 중이고 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과 한진해운홀딩스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롯데는 신영자 사장, 김희경 이사 등 5명이 롯데쇼핑 소속이고, 롯데하이마트에선 선우영 상무보가 임원을 맡고 있다.

한화는 한화손해보험의 첫 여성임원으로 선임된 김남옥 상무보, 김경은 한화케미칼 상무보 등 5명이다.

GS는 이경숙 GS건설 상무, 주지원 GS홈쇼핑 상무 등 2명이다.

중후장대형 업종의 그룹들은 여성 임원 수가 특히 적었다.

현대자동차는 최명화 상무, 포스코는 유선희 상무가 그룹 상장사 내 유일한 여성 임원이었다. 다만 두 그룹의 비상장사에는 각각 4명씩의 여성임원이 재직 중이다.

이밖에 LG와 한화도 LG CNS·더페이스샵, 한화갤러리아 등 비상장사에 3명의 여성임원이 있고, SK와 롯데는 2명, GS는 GS칼텍스에 1명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여성 임원이 없다.

10대 그룹 여성 임원의 평균 나이는 47세로 남성보다 5살 어리다. 한진그룹이 46세로 여성 임원 평균 연령이 가장 낮았고 임원이 1명인 포스코(53세)를 제외하면 롯데가 52세로 가장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67명(71.3%)으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5명(26.6%)으로 뒤를 이었다. 30대와 70대는 각 1명, 60대는 없었다.

최연소 여성 임원은 31세의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이고 대주주 일가를 제외하면 삼성전자 장세영 연구위원과 조인하 상무가 40세로 가장 젊다.

여성 임원 중 그룹 내부 출신은 52.2%였다. 전년 48.7%에 비해서는 3.5%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절반 정도가 외부에서 영입된 케이스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대기업 그룹들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실시한 정기인사에서 여성임원 수를 20%가량 늘렸는데도 여전히 여성 직원에게 임원승진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