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참사다. 꽃다운 10대 학생들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배는 바닥을 드러낸 채 진도 앞바다에서 누워버렸다. 이틀이나 됐다. 사고 이튿날인 17일 오후 6시. 하늘도 슬펐는지 울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 비보다. 밤새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기자라는 직업으로 어쩔 수 없이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있으나, 대한민국 학부모 입장에서 동료들과 우리 언론에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기자는 이날 오전 취재팀에 합류했고, 취재를 시작한 지 4시간여만인 오후 1시25분께 한줄기 빛같은 소식이 단원고로 날아들었다. 소식은 이랬다. "손녀가 14명과 함께 살아있다." 이는 실종자 가족은 물론, 전국민이 바라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통화내용이 알려지자, 수십여명의 취재진이 실종자 가족에게 몰렸다. 이후 비난의 뭇매가 기자들에게 향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실종자들의 생사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과 학생들이 분개한 것이다. 비난의 뭇매였다.

기자는 특종에 울고 웃는 직업이다. 하지만 이번 참사같은 악재 속에서 특종이나 낙종을 운운해야하는 걸까. 기자는 기사를 쏟아내는 기계가 아니다. 눈시울을 붉히며, 함께 아파해야 하는 국민의 한사람이다. 슬픔에 빠진 가족들의 입장, 사고 과정에 대한 냉철한 시각으로 조금이나마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치유해야 하는 위로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제언한다. 슬픔에 잠긴, 실낱같은 희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과한 취재(행동)로 불쾌감을 주지 말자. 튀는 행동을 하지 말자. 기자협회 차원에서 이와 같은 참사현장 취재의 변화를 주자. 참사와 관련, 각종 불미스러운 행위가 있었다면, 피해자들이 없는 곳에서 냉철하게 취재하는 것은 어떨까.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

/김영래 지역사회부(시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