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하다. 분통이 터진다. 온 국민은 시시각각으로 전해오는 텔레비전과 라디오뉴스에 눈귀를 기울였다. 1명이라도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기 위해서였다. 밤이 되면서 안타까움은 더해갔다. 학부모들은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발을 동동 굴렀다. 중앙재해대책본부에서 발표하는 탑승객 수, 생존자 수는 시간이 멀다하고 바뀐다. 400명이 넘는 승객을 놔두고 선장은 먼저 살겠다고 도망나왔다.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가야 하는지 답답하다 못해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한심한 대한민국 재난대책이다.

정부와 해양경찰청, 선박회사 모두 사고 초기대응에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선박회사는 사고 직후 승객 대피·구조에 우왕좌왕했다. 침몰 시작 1시간동안이나 가만히 있으라고 선내에 방송했다. 1시간이 지나서야 탈출하라는 방송을 했다. 구명별(천막처럼 펴지는 둥근 형태의 구명보트) 46개 중 1개만이 작동했을 뿐이다. 사고 하루가 다 되도록 현장 수습의 기초가 되는 승선인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각종 장비가 총동원됐지만 구조작업이 원활치 못했다. 박 대통령이 사고현장을 방문해 점검을 해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 사고 대응에 관한 매뉴얼의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분초가 시급한 상황인데 구조상황이 진전되지도 않는다. 날씨와 주변 여건이 불가항력적이라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구조의 지휘체계조차 일사불란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경제 대국, 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대한민국이 이런 모습밖에 보이지 못하는가에 대한 회의만 든다. 오늘의 대한민국과 우리 정치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저며온다. 평소의 안일했던 생각들이, 타성에 젖었던 습관들이 현실화하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이번 여객선 침몰로 대형 사고는 예고없이 갑자기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직도 국가 전체적으로 위기대처 능력이 미흡할 뿐 아니라 제도적인 허점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도 조속히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당장 시급한 것은 인명 구조다. 끝까지 실종자들을 찾아내고 밀폐된 선실 어딘가에 갇혀 있을 생존자를 구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차제에 사고대처에 대한 확실한 매뉴얼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