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공직자들의 책임의식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그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공무원들이 할 일 가운데 하나다. 사고 현황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안전행정부 국장급 고위 공무원이 여론의 지탄을 받고 해임됐다. 교육부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이 오열하는 진도체육관에서 의자에 걸터앉아 컵라면을 먹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라면을 끓인 것도,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닌데…"라며 장관을 두둔한다. 조문을 하기위해 빈소를 방문한 장관을 공손하게 맞이하기 위해 유가족들에게 귀엣말을 전한다. "장관님 오십니다." "80명을 구한 것도 잘한 일이다"라고 한 해양경찰의 한 간부는 직위해제됐다. 사고 대처를 둘러싸고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양상이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승객 숫자는 6번이나 바뀌었다. 그것도 선사의 책임으로 미룬다. 총체적 난국이다. 국민들이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일침을 가했다.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공무원을 불신하면 그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을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이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과 초동 대처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정책과 위기 대응 능력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강력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설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강도 높은 발언은 진도체육관과 사고현장을 방문한 이후에도 제대로 이행되는 것 없이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만 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말한 대로 공직자를 망라한 각 분야에서 철저하게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 법과 규정을 무시하고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 또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들 모두가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합동수사본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책임을 묻고 일벌백계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고에 얽혀 있는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재발방지의 해답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공직자들도 책무를 올바로 인식하고 어떤 몸가짐을 가져야 할지 곰곰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