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지표들이 조금씩 개선되는 느낌이다. 소비자심리지수(CSI)가 100을 넘으면 현재의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의 CSI는 108을 기록했다. 불과 2천20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인데다 3개월 연속 제자리걸음 중이나 백약이 무효이던 지난날의 장기소비심리 위축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동기대비 3.9% 성장, 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시현한 것은 설상가상이다.

그러나 실질 GDP성장률이 작년 10월부터 2분기 연속 0%대에 머물러 있다. 설비투자 부진과 함께 민간소비 증가율이 낮아진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가 부진하면서 전 분기보다 1.3%나 감소했는데 설비투자가 줄어든 것은 2012년 4분기 이후 15개월만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0.3%에 그쳐 지난해 하반기의 절반에 그쳤다. 민간소비가 작년 3분기 이후 금년 1분기까지 내리 3분기 째 둔화되는 점도 주목대상이다. 내수 회복의 모멘텀이 여전히 취약한 것이다.

민생부진이 성장의 발목을 잡아 경제활성화의 당위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나 더 큰 문제는 세월호 사고 여파이다.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잠기면서 내수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등 경제 전반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관광 및 버스, 철도, 항공업, 음식숙박업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봄 정기세일에도 백화점 매출은 일제히 하락했으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거래량도 위축되었다. 홈쇼핑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극장 관객수도 30% 정도 감소했다. 특급호텔 연회장 등에 잡혀 있는 기업체나 공공기관의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었다. 황금연휴를 비롯한 5월 '가정의 달' 특수는 물 건너갔다.

바이어들의 갑작스런 주문취소에 하청업체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자영업자들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긴장모드이다. 내수시장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세월호사건의 조기수습이 바람직하나 과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보다 심리적 재건에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비관론에 눈길이 간다. 경제 불확실성의 조기해소 등 발 빠른 대응이 관건이나 정부가 세월호의 덫에 갇힌 듯해 걱정이 크다. 소비는 심리게임이다. 집단트라우마가 나라경제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