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사의 수용에도 불구하고 개각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국면전환용이라는 말이 우세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개각을 논할 때는 아니다. 세월호 사고는 근대화 과정의 압축성장과 성장위주의 산업화 정책이 구조적으로 잉태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어두운 그늘과 집적된 모순 등 총체적 난맥상의 결과다. 총리의 사의 표명이나 관련 부처에 대한 문책성 개각이 국면전환용이나 민심달래기의 정국 쇄신을 위한 정치행위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정홍원 총리의 사의 표명이 청와대와의 교감하에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보다 사고 수습이 우선이다. 물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겠으나 아직도 사고현장에서는 구조작업과 수색작업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한부 총리'의 사고 수습이 과연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둘지 걱정이 앞선다. 사고가 수습된 후에 사직서를 수리할 일을 미리 사의를 표명해서 정 총리의 리더십에 약화를 초래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이 있었고 사고관련 부처에 대한 문책성 개각은 불가피하다. 이보다 먼저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이 납득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고수습이 이루어지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등의 윤곽이라도 잡힌 후에 개각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 개각의 폭과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단순히 성난 민심을 달래거나 국민의 분노와 충격을 가라앉히기 위한 개각이 되어서는 안된다. 나아가 6·4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정치적 유불리를 감안한 개각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개각은 6·4 지방선거가 끝난 후 국민의 공감대를 얻은 후 실시해도 늦지 않다.
대한민국호의 근본적 개조가 거론되는 마당에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박근혜 정권은 정치적 이해에 매달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야당도 정치적 반사이익에 기대어 지나친 정부비판이나 정권심판론에 매몰되어서는 수권정당으로서 취할 바가 아니다.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되 재난안전관련 법안이나 정책에 초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조리와 은퇴한 고위관료와 관련 산하단체와의 유착관계에 대한 근본적 혁파도 필요하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이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꼬리자르기'가 아니고 근본적 구조 개혁을 위한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지금 개각 논할 때가 아니다
입력 2014-04-2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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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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