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있는 가운데서도 공직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전 공무원들이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고 무력감에 빠진 국가 전체가 위기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마당에 이들의 한심한 행태는 유가족과 국민들에 씻을 수 없는 울분을 안겨주고 있다. 아직도 진도해역에선 구조자와 사망자를 제외한 100여명의 실종자 구조에 밤낮 없이 피눈물나는 노력을 쏟고 있다. 1만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유가족들을 돌보고 있다. 정부와 군·해경은 물론 해외 지원팀까지 합세해 실종자 구조에 전력을 쏟고 있는 등 실종자 찾기에 위험을 무릅쓴 애끓는 수색작업이 한창이다. 이런 때에 공직자들이 근신은 못할망정 외유성 해외 연수라니 공직기강이 바닥에 떨어진 느낌이다.

특히 300여명의 인명사고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안산시의 경우 공직자들이 10여일간의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이들은 사고 당일 소식을 모른채 해외연수를 떠났다지만 참사를 알면서도 조기귀국을 하지 않은채 10여일간의 일정을 모두 소화한 후에 귀국했다. 국가재난이나 위기관리에 대처하는 우리나라 공직자들의 자세가 이 정도다. 한심하다기보다 삐뚤어진 공직자들의 자세가 언제나 바로 잡힐지 개탄스럽다. 이천시 공무원들도 사고 수습이 한창인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자원관리과 직원들이 6박7일간 동남아를 다녀왔다. 인천시 동구청 소속 공무원 10명은 해외시찰 명목으로 서유럽 등 4개 국 방문 일정으로 출국했다가 조기귀환 명령을 받았다. 고양시 소속 공무원들도 사고 이튿날인 17일 공무연수차 터키로 떠났다가 눈총을 받게 되자 급거 귀국하는 행태들을 보였다.

이들 해외연수를 보낸 기관들의 한결같은 말은 '침몰사고가 나기 전에 일정이 잡혀 있었다'거나 '취소하게 되면 위약금을 물게 된다'는 것이었다. 비겁한 변명이다. 여행경비는 거의 해당 자치단체에서 지원해주는 연수들이다. 공직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해외연수를 시키고 있다지만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과연 이같은 행태가 옳은지조차 분별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연수를 보내는 지자체나 연수를 떠난 공직자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세월호 사고는 국민 전체가 우울증에 시달릴 만큼 충격에 휩싸인 비극적 사건이다. 사고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부 공직자들의 무모한 행동이 더 이상 있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