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통해 보여준 온 국민의 사랑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지울 수 없는 슬픔과 아픔에 애통해 하는 유가족들을 위로하기에는 너무나 벅차다. 하지만 이같은 슬픔을 나의 슬픔으로 여기고 국민들 모두가 사랑으로 하나되고 있다.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조문객들이 묵묵히 차례를 기다린다. 수원시연화장과 수원시청, 수원역 광장에도 조문객들이 연이어 찾는다. 슬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마음에서다.

아직도 슬픔을 잊지 못하는 천안함 유족들은 진도를 찾아 자원봉사에 나섰다. 진도체육관을 쓸고 닦으며 아들을 같이 잃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상처난 가슴을 어루만져준다. 이미 장례를 치른 유가족들마저도 다시 진도를 찾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슬픔을 같이 나눈다.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고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 이인옥씨는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평택 2함대에만 가도 아들이 제대할 거 같았다"며 "여기 부모님들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유족들의 숙식 장소인 체육관 바닥을 걸레로 훔치고 신발도 정리했다.

세월호의 슬픔 속에는 유독 사랑을 실천했던 사람들도 많다. 수학여행을 인솔했던 교사 14명 가운데 12명이 제자들과 영원히 함께 했다. 이들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주고, 구조에 안간힘을 쓰다가 차디찬 배 안에서 숨져갔다. 도망간 선장과는 달리 선원은 마지막까지 배에 있어야 한다며 끝까지 인명구조 활동을 하다가 사망한 박지영씨도 있었다. 단원고 2학년 정차웅(18)군도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가 희생됐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도 의사자와 같은 희생정신을 보여준 이들이 있기에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남을 위해 희생하고, 참사의 현장 곳곳에서 서로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렇다.

나의 슬픔인 양 고개 숙이고 울며 기도하는 국민들도 우리의 희망이며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힘이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노래한 윤동주 시인의 시처럼 죽어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건 진정 자신의 모든 것을 죽이며 아름다운 희생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일 게다. 가정의 달 5월이다. 자기희생적인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자.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다시 일어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