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후 서울메트로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사고 열차의 유리창이 깨져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앞에 멈춰 서 있던 열차를 추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중국, 바레인 국적의 외국인 2명을 포함해 승객 240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가운데 3명이 골절, 뇌출혈 등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59명은 입원 상태다.

사고 직후 을지로입구∼성수 구간 9개 역에서 성수역 방향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가 9시간 만인 3일 오전 0시 17분께 정상화됐다.

◇충돌 후 승객들 '우르르' 넘어져…1천여명 선로로 탈출

사고는 앞서가던 2258 열차가 승객을 승·하차시키기 위해 정차했다가 출발하려던 중 뒤따르던 2260 열차가 추돌해 발생했다.

2260 열차는 앞선 열차가 멈춰 선 상황을 파악하고 급정거했으나 뒷부분을 들이받고서 멈춰 섰다.

사고 충격으로 승객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졌고 내부 조명까지 꺼지면서 열차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또 앞차의 차량연결기(열차 칸끼리 연결하는 고리) 7개가 파손됐고 뒤에서 추돌한 열차의 바퀴 3개가 탈선했다.

당시 열차의 속도가 빨랐더라면 자칫 대규모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승객의 신고를 받고 출동, 3시 32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 2일 오후 서울메트로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사고 열차의 유리창이 깨져있다. /연합뉴스
모두 1천여명으로 추정되는 승객들은 오후 4시께 모두 대피했으며, 부상자들은 순천향병원, 건국대병원 등 인근 13개 병원으로 옮겨졌다.

추돌한 뒷 열차 기관사 엄모(45)씨는 어깨 골절 등으로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놀란 승객들은 의자 아래 비상 레버를 조작해 손으로 문을 열고 선로를 통해 현장을 빠져나왔다.

승객들은 사고 직후 열차 내부에서 사고에 대한 안내 방송은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메트로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뒷 열차는 오후 3시 31분과 32분께 "앞서가는 열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비상정차했다"며 기다려달라는 취지의 안내방송을 했다.

종합관제센터에서는 오후 3시 34분께 2호선 전 역사에 열차운행 중단을 지시했고, 사고 열차는 3시 37분께 "반대편 열차의 운행이 중단됐으니 선로 쪽으로 내려 역사로 가라"며 3번째 방송을 했다. 사고에 관한 뚜렷한 언급은 없었다.

앞 열차의 경우 안내방송 여부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고 후 열차를 이동해 지하철 운행이 재개되기까지는 9시간가량 소요됐다.

◇열차 자동정지 장치 '이상'…기관사 부주의 가능성도

정수영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기관사에 따르면 열차 신호등이 진행 신호에서 정지 신호로 갑자기 바뀌어 비상 제동을 걸었는데 제동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열차 간 자동으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열차 자동정지장치(ATS)가 고장났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며 "해당 장치가 왜 고장이 났는지는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두 열차 모두 수동운전이라 앞 열차와 일정한 간격이 유지되지 않았다"며 "앞선 열차가 상왕십리역에 서 있었던 것은 정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으로 ATS의 고장 가능성과 함께 후속열차의 기관사가 곡선구간에서 정지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ATS는 열차 사이의 거리가 200m 이내로 들어오면 자동으로 작동,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가 발생한 2일 오후 2호선을 이용하던 승객들이 시청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현재 지하철 2호선은 을지로입구역에서 성수역까지 9개역에서 성수역 방향의 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관사 엄씨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교대해 두 정거장을 지나 사고가 났다.

사고 앞·뒤 차량은 각각 1991년, 1990년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메트로 측은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지만 사고 열차에 이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열차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이틀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등 긴박한 움직임…검·경 수사 착수

사고 발생 후 관련 행정 부처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국토교통부는 오후 3시 55분께 세종정부청사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지하철 대형사고 위기경보 '심각' 상황을 발령했다.

서울시는 개인택시 요일부제를 해제하고 상왕십리 주변 노선 35개에 버스 71대를 추가 투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도착, 수습을 지휘했으며 열차 운행이 정상화된 후에야 2호선 열차를 타고 청사로 돌아갔다.

새누리당 김황식·이혜훈·정몽준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현장을 찾았다.

사고 수습에는 소방인력과 경찰, 구청직원 등 213명이 투입됐으며 구급차와 소방차 등 58대가 동원됐다.

서울메트로 측은 현장에 150여명을 보내 오후 5시부터 복구 작업을 벌였다.

경찰은 허영범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정해 기관사 과실 여부, 열차의 기계적 결함, 지하철 신호등 운영시스템 등에 관해 수사에 착수했다.

강신명 서울경찰청장은 현장에서 직접 수사를 지휘했다.

서울동부지검도 전승수 형사4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구성, 경찰과 유기적인 수사지휘체계를 구축해 사고 원인 규명 및 책임자 처벌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