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통제를 반대하는 주장에 눈길이 간다. 지난 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전국의 67개 4년제 대학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대학등록금에 대한 규제완화와 기준을 초과한 교육용 기본재산의 용도변경 허용을 요구한 것이다. 사립학교 교직원 퇴직수당과 4대 보험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규제개혁이 시대적 화두임에도 국내 대학에는 오히려 옭죔이 강화되는 형국이어서 정부가 어찌 대응할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 개혁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란 언급은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대학가는 장기간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청년실업이 점차 확대되는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추세는 대학들을 더욱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국내 대학들의 사정은 훨씬 절박하다. 저출산 여파로 2023년에는 고교졸업자수가 40만명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향후 9년 내에 대학은 입학정원을 무려 16만명이나 줄여야 한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대학에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언급할 정도다.

교육부는 모든 대학을 평가 결과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누고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대학의 경우 차등적으로 입학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들이 학생정원 축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반값등록금이 결정적 이유다. 사립대가 전체 대학수의 87%를 차지하는 한국의 고등교육 현실에서 입학생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대학 운영 자체가 힘들어짐을 의미하는 탓이다.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2008년 기준 76%로 매우 높은 지경인데 올해까지 7년째 등록금 인하 내지 동결로 대학재정에 경고등이 켜졌다. 2013년 현재 4년제 175곳 중 적자대학수가 무려 64곳이다. 향후 10년 이내에 현재 202개 4년제 대학 중 약 100개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설이 과장만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정부는 아랑곳 않는 눈치이다. 2000년대 들어 대학등록금이 2배나 오른 터여서 군살빼기만 하면 아직은 버틸만하다는 판단이다. 현 정부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대학교육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정부의 실패가 우려된다. 공공재를 구실로 상아탑을 우골탑(牛骨塔)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한국대학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는 불문가지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학 개혁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