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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시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지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쉼 없는 경영혁신과 스피드를 무기로 하는 삼성그룹의 전통적인 경영체제를 그룹 내부에서는 '삼각편대'로 부른다.
이는 그룹 경영의 골간을 이루는 '회장-미래전략실-계열사 CEO'를 지칭하는 말이다.
회장이 '삼성호'를 이끄는 선장이라면, 미래전략실은 조타수, 각 계열사 CEO는 항해사라는 것이다.
삼각편대의 각 부분이 제 기능을 하며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삼성은 최상의 컨디션 위에서 최고 경쟁력을 발휘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삼각편대가 무너진 적이 있다.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 특검'에 의해 기소되면서 퇴진했을 때다. 이 회장은 회사를 떠나고 당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전략기획실은 해체됐다. 삼각편대의 두 축을 잃으면서 삼성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 2010년 3월 이 회장이 2년간의 공백 끝에 경영 복귀를 하고 그룹 통할조직이 미래전략실로 되살아나면서, 삼각편대는 다시 제 모습을 갖췄고 경영도 정상화됐다.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하면서 삼성그룹은 근 4년 만에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그룹 경영에서 절대적인 총수의 부재라는 차원에서 지금은 이 회장이 퇴진했던 시기와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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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시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지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지만 세부 상황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삼성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장'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입지가 확고해졌
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이 회장이 퇴진할 당시에는 삼성전자 전무 겸 최고고객책임자(CCO)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이 부회장마저 보직을 내놓고 백의종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부회장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보좌해온 미래전략실도 이 부회장과 보조를 맞추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등은 이 부회장과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출장 중 이 회장의 건강 악화 소식을 접하고 귀국한 이 부회장은 병원과 회사를 오가며 주요 업무를 챙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그룹 수뇌부와 오찬을 함께 하며 향후 대책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식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는 데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경영권 승계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그룹 측은 적절한 응급조치와 심장 스텐트(stent) 시술로 이 회장이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는 12일 브리핑에서 "별도의 경영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평소 해오던 대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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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시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지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위로 구름이 끼어 있다. /연합뉴스 |
더구나 이 회장이 대규모 투자나 최근 본격화한 사업·지배구조 개편과 같은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만 판단할 뿐 일상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입원 기간이 길어져도 그룹 경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7∼8개월 동안 해외에 나가 있었으며 올해도 3개월가량 해외에 머물다 지난달 귀국했다.
그러나 재계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의식을 되찾고 병세가 호전된다고 하더라도 종전처럼 집무를 볼 정도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고령인데다 지병인 호흡기 질환이 있어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중앙집권적인 그룹 경영이 약화되고 계열사 중심의 독립경영체제가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회장 퇴진기에 삼성그룹은 사장단협의회를 주축으로 계열사별로 책임경영을 해나가는 '독립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사장단협의회 아래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를 두고 필요한 계열사 간 업무조정과 투자조율을 하고 '삼성'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삼성그룹이 앞서 50년 동안 이어온 삼각편대를 축으로 한 그룹 경영 체제를 독립경영으로 바꾼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하지만 2년에 걸친 삼성의 독립경영 실험은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도를 무사히 넘고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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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2일 뇌손상을 막기 위한 저체온 치료를 받고 있다. 저체온 치료를 마치고 정상 체온을 회복할 때까지 48시간이 걸려 이 회장의 의식 회복 여부는 오는 13일 오전 중 파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 회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연합뉴스 |
하지만 2년에 걸친 삼성의 독립경영 실험은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도를 무사히 넘고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후 미래전략실이 생기면서 사장단협의회의 역할은 축소됐으나 여전히 매주 수요일마다 회의를 갖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도 계열사마다 각 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독립경영이 기본원칙이며 그룹의 전체적인 사안만 미래전략실에서 조율하는 구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