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규칙 입법예고에
신고의무자 판단기준 없어
법 적용 '허점' 드러나
법무부 "척도 마련 용역 발주"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특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새롭게 마련됐지만 아동학대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천 쓰레기 더미 속 4남매 사건'과 같은 '아동방임'에는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동방임의 개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처벌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교사, 의사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학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벌칙을 구체화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12일 입법예고했다.

해당 시행령에는 아동복지 전담 공무원, 어린이집 직원 등 아동학대를 목격할 수 있는 신고의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학대를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위반 횟수에 따라 150만~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구체적 기준이 담겼다.

하지만 신고의무자가 아동방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신체학대, 유기 등 신고의무자가 판단 가능한 아동학대에만 해당 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시행령까지 새롭게 만들었지만 아동방임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셈이다. 시행령을 마련한 법무부에서도 아동방임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시인했다.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관계자는 "신고의무자가 기준이 없어 방임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시행령에 따른 벌칙을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이 때문에 과태료는 여러 사정을 감안해 신중하게 부과될 것이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신고의무자 등이 아동방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를 만들기 위한 연구용역도 발주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특례법 시행일인 9월29일까지 해당 용역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척도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수사기관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며 "검사,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참여하는 사건관리회의를 사건 송치 전에 열게 해 아동방임에 대한 조치도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한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인천 남동갑)의원은 다음달까지 아동방임의 구체적 정의 등이 포함된 아동복지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