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퍼부은 이후 미국 워싱턴 내에서 대북 비판론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과도한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이지만 학계와 싱크탱크에서는 극도의 대북 불신과 혐오감을 드러내며 김정은 정권의 '막나가는 행보'에 보다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의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블로그에 올려 미국 사회에 소개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 출신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와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12일(현지시간) CNN에 "북한의 막말은 농담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

스탠튼 변호사와 이 교수는 "북한의 막말은 그 범죄행위에 비해 약하다"며 "북한의 인종차별은 그냥 말이 아니라 실제로 자행되고 있음이 탈북자의 증언으로 확인다"고 밝혔다.

또 "바지를 입거나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에게 벌금을 부과할 뿐만 아니라 수천명이 적절한 음식도 제공받지 못한 채 성(性)노예로 살고 있다"며 "북한은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서 인권보고서 내용을 거짓말이라거나 적대세력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을 더이상 아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은 핵위기를 고조시키고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인권위반을 자행하는 살인적인 정권"이라며 "김정은을 문명사회의 위협으로 간주해야할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북한을 달래서는 안 되며 지금까지의 달래기의 결과는 이미 명백히 드러나 있다"며 "북한이 '변화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평양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원 외교위 전문위원 출신인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연구원도 보수전문지 '위클리 스탠더드'에 기고한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박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집단의 인종주의적 악담과 성차별적 폭언은 더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핼핀 연구원은 "북한이 오바마 대통령을 '사악한 검은 원숭이'라고 공격하면서 인종비하적 비방을 했다"며 "전시를 제외하고 어느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부의 공식 매체로부터 이처럼 비하를 당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여권신장의 시대에 아시아의 주요지도자로 선출된 박 대통령에 대해 무차별적 성적차별과 비방이 쏟아졌다"며 "북한이 반복적으로 박 대통령을 비방함으로써 노골적으로 유엔의 양성평등 원칙을 위배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이 뭐 그렇지'라는 식의 미온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집착이 북한에 대한 과도한 비판을 삼가게 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최근 유엔 북한인권 조사보고서에 대해서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미국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세계 최악의 인신매매와 강제낙태, 인권남용 등 북한 여성들에 대한 김정은의 굴욕적 대우를 국제사회가 더이상 묵인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언론인 출신인 도널드 커크 기고가는 포브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인종차별주의적 막말을 소개하며 "데니스 로드먼과 전직 미국프로농구(NBA) '드림팀' 소속친구들은 아직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