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성옥희기자
생존율 예후 좋은 편이지만 일부 암종 반년밖에 안돼
재발확률도 20년내 20% 육박 '만만히 볼 질환' 아냐
혼란키우는 여론몰이보다 의사-환자간 신뢰 중요


최근 국내에서 급증하고 있는 갑상선암에 대한 과잉진단 및 과잉수술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 의사연대'란 특정단체가 언론을 통해 "의학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갑상선암 검사가 필요 이상 많이 시행되면서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고 "증상이 있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정도만 초음파 검사를 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에 필자가 근무했던 세브란스 박정수 교수를 포함한 대한갑상선학회는 단지 갑상선암 진단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이를 규제하려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갑상선암, 과연 조기 진단이 필요없는 암인가? 단지 의사들의 과다 진단으로 암 발생률이 증가한 것인가? 필자는 수원 영통에서 유방, 갑상선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젊은 외과의사다.

현장에서 매일 갑상선 환자들을 만나고 검사실에서 묵묵히 초음파 검사를 해오면서 오로지 빠르고 정확한 진단만이 지상과제였다. 그런데 이러한 진단이 오히려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에게 매스를 대게 하고 불필요한 부작용을 겪게 했다고 하니 의사로서 당혹스럽고 억울한 생각까지 든다.

갑상선암은 비교적 진행속도가 느린 거북이 암이라고 했다. 사실 갑상선암의 90~95%를 차지하는 분화를 끝낸 갑상선암은 10년 수술 후 생존율이 95%에 육박할 만큼 예후가 좋다. 요즈음 이런 갑상선 암종 중의 순한 암인 분화 유두암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논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갑상선에 생기는 암종이 모두 분화 갑상선암은 아니다. 갑상선 암종 중에서 저분화, 미분화 암종은 또 다르다. 특히 역형성 갑상선암은 우리 몸의 모든 종류의 암종에서 가장 공격적인 암으로, 생존율이 진단 후 평균 6개월밖에 안 된다.

필자는 봉직시절에 이런 역형성 갑상선암 환자를 페전이로 인해 6개월 만에 잃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에는 20년 전에 선배의사에게 수술을 받고 재발한 갑상선 분화암 환자를 수술하면서 애먹은 경험도 있다.

갑상선 분화암 역시 생존율이 좋을지라고 무시할 수 없는 암인지라 생존기간내에 재발할 확률이 20년에 20%에 육박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쉽게 볼 질환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화 갑상선암 환자들도 수술을 했을 때 좋은 예후를 보이는 것이지, 수술하지 않았을 때는 어떠할까? 사실 우리나라에는 여기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100케이스라도 있어야 비교가 가능하다. '과다진단 저지연대'측은 '증상이 있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경우에만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최전방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로서는 이 대목이 불편하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고 암이 커져서 주위를 압박해야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나타난 후 치료를 시작하면 전쟁이 난 뒤 군대를 소집하는 것과 같다.

요즈음 진료실에서 갑상선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말이 많아졌다. 생각보다 특정 언론의 '갑상선암 과잉진단' 방송이 여론을 탔던 모양이다. 병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의 혼란이 어떠할지 생각하니 안타까워 더 설명하고 있다.

의사는 신이 아닌 과학자다. 모든 것을 근거 중심으로 귀납 추론해야 하고 정확한 통계가 뒷받침된 증거를 갖고 진료해야 한다. 물론 각각의 의사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매년 학회에 모여 근거를 모으고 진료 지침을 만든다. 필자의 병원인 '조정훈 유바외과' 또한 매년 그 가이드 라인을 따른다.

이번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 논란'은 방송에서 여론몰이를 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자칫 조기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오해와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5㎜ 이하의 작은 결절에 대해 과도한 세포검사를 하지 않고 1㎝ 이하 조기 갑상선암의 치료는 객관적인 연구 결과물을 더 모아서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암으로 진단됐는데 그냥 경과만 관찰하자고 하면 순순히 받아들일 환자가 얼마나 있을까? 나중에 상태가 악화돼 주변으로 암이 침범하거나 근육까지 잘라내야 하는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잘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

또한 암은 아니지만 갑상선의 혹이 커져 불편함을 호소할 때 갑상선 고주파 치료를 통해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환자별 맞춤치료(tailored therapy)가 관건이다. 과다진단이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 후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및 관리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료원칙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의사와 환자 사이 충분한 대화를 통한 신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조정훈 유바외과 유방갑상선 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