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환영 KBS 사장이 19일 오후 KBS 본관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일부 매체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KBS 제공
KBS기자협회의 제작거부로 KBS 보도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21일에는 KBS 양대 노조가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하고 KBS이사회가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상정하기로 결정하는 등 KBS사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그러나 길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사내방송 특별담화를 통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에는 결코 사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사퇴 거부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길 사장은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대해 "불법파업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KBS를 정상화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때가 되면 기쁜 마음으로 물러나겠다. 하지만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과 폭력에는 절대로 사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길 사장은 1시간가량 이어진 담화에서 지난 19일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와 노조의 주장 등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반복했으며 "앞으로 임직원과 더 많이 소통하고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사장에 대한 임면 제청권을 가진 KBS이사회는 이날 5시간여의 격론 끝에 오는 26일 열리는 임시이사회에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은 지난 19일 KBS이사회 야당 측 이사 4인이 제출했다.

길 사장은 26일 이사회에 참석해 소명을 해야한다. KBS이사회는 여러 채널을 통해 길 사장에게 26일 이사회에 참석할 것을 통보할 방침이다.

KBS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해임제청안이 의결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지금까지 KBS이사회의 행보에 비추면 해임제청안이 이사회에 상정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선 KBS기자협회와 양대 노조 등은 길 사장이 실제로 퇴진하기 전까지는 투쟁 수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KBS 기자협회가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예정보다 앞당겨 제작거부에 돌입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사 로비에서 노조원들이 결의사항이 적힌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사장의 보도·인사 개입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KBS사태로 이날 오전 9시 현재 KBS 간부 242명이 보직 사퇴를 했으며, 뉴스앵커 14명과 특파원 24명도 제작거부에 동참했다. 이로 인해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9'을 비롯해 전 뉴스 프로그램이 정규방송시간의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대폭 축소된 채 사흘째 파행방송을 하고 있다.

간부 중 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본사 팀장은 308명 중 절반이 넘는 57%(178명)가 공개적으로 보직 사퇴를 했고, 특히 사장 직속 부서인 대외정책실과 수신료현실화추진단 팀장들을 비롯해, 기술본부 내 팀장 전원도 보직을 사퇴하면서 KBS의 거의 모든 부서가 업무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제작거부를 결의했던 KBSPD협회도 이날 길 사장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자, 오는 23일 0시부터 24시까지 하루동안 제작거부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미 교양국, 예능국, 드라마국 등 프로그램 제작국 팀장들도 대부분 보직을 사퇴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뉴스 외 다른 방송 프로그램도 전반적으로 제작에 차질이 빚어질 위기에 처했다.

한편, KBS기자협회는 이날 길 사장이 공식 보고 계통이 아닌 별도의 비선 라인을 통해 보도본부를 사찰, 관리해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사내 팩스 기록을 확인한 결과 '뉴스9' 가편집 큐시트를 포함해 보도본부 내 현안 등 정보사항을 보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보도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KBS 양대 노조의 총파업 찬반 투표는 KBS노동조합(1노조)이 27일까지 닷새간(휴일 제외),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새노조)가 23일까지 각각 진행한다. 1노조에는 기술직군을 중심으로 2천500여명이, 새노조에는 기자·PD 직군 중심으로 1천200여명이 소속돼 있다.

이와 함께 KBS기자협회는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뉴스 앵커들을 중심으로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