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일가의 행적이 오리무중이다. 지난 21일 검찰이 안성의 금수원에 진입해 검거에 실패한 후 벌써 5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들의 행방이 묘연하다. 일부 언론에서 유병언 일가가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전남 여수에서 발견돼 검찰이 추격전을 벌였으나 놓쳤다고 보도했지만 그 또한 사실인지 확인이 어렵다. 검찰이 유씨 도피를 도운 구원파 신도 4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나 유씨 일가의 검거는커녕, 구원파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와중에 검찰이 유병언 전회장에 대해 현상금을 5천만원에서 5억원, 아들 대균씨에 대해 3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그만큼 검찰이 다급해진 것이다.

이러다보니 과연 검찰이 유 회장 일가 검거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검찰은 지난 한 달간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대표 등 유씨 측근들은 대부분 구속했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가장 무거운 유씨 일가에 대해서는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사고 초기 유씨 일가에 대한 확실한 범법 행위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검찰이 주변 수사를 먼저하는 등 꼼꼼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유씨 일가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의 행적을 몰랐고, 심지어 금수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진입 시기를 놓쳐 검거에 실패했다.

검찰의 뒷북수사에다 결정적인 제보가 없어 검거에 상당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다보니 헛발질만 계속하는 검찰의 정보와 수사 능력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국민의 불만과 현상금을 계속 올려야 하는게 아니냐는 조롱에 직면해 있다. 세월호 참사가 한달을 훌쩍 넘도록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해 꼭 조사해야 할 유씨 일가를 붙잡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이 답답하고 한심하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다.

유씨가 철저하게 종적을 감춰 수사의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유씨 일가는 이미 해외에 많은 재산을 은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 밀항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거가 늦어지자 벌써부터 검찰의 무능이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오죽했으면 검찰 내부의 누군가가 유씨 일가에 정보를 흘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검찰은 이번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의 한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유씨 일가를 검거하길 바란다. 이달 안에 검거 못하면 검찰, 정말 망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