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의장은 1990년대 말 한게임 창업주로 벤처업계에 등장했다. 강남 테헤란로 뒷길의 임대 사무실에서 시작된 한게임(NHN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은 인터넷 고스톱이 인기를 얻으면서 사용자를 넓혀갔다.
급속한 인터넷 보급으로 닷컴 비즈니스가 늘어나면서 수익모델의 벽에 부딪혔을 때 그는 과감히 유료화로 전환해 성공을 거뒀다.
당시 업계에서는 회원 기반이 두터운 한게임만으로도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평가였지만 김범수 의장은 2000년 과감히 네이버컴(현재 네이버)과 주식스와프 방식으로 합병을 결단했다.
네이버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다음, 야후코리아, 라이코스코리아, 엠파스 등에 밀려 업계 4∼5위권에 머무르던 회사였다.
1위 업체 다음이 아니라 네이버와 합병으로 결정한 것이 '학연' 때문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다음 이재웅 창업주는 연세대 출신인데 반해 김범수 의장과 네이버 이해진 창업주는 서울대 공대 86학번 동기다.
합병 뒤 한게임의 사용자를 포털사이트로 유인하면서 네이버는 그야말로 일취월장의 성공을 거둔다.
네이버는 곧장 1위 업체인 다음을 앞질러 부동의 1위 자리에 올랐고 그 사이 다음은 '차이 많이 나는' 2위 업체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후 김범수 의장은 2007년 9월 네이버 공동대표를 전격 사임해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3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김범수 의장은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톡을 들고 나와 대박을 치며 모바일 메신저 1위에 올려놓는다.
카카오가 내년에 단독상장을 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던 탓에 다음과의 이번 합병발표도 충격파가 상당하다.
2000년 한게임이 국내 웹게임 정상에 오르자 네이버와 합병, 회사를 키웠던 것처럼 모바일 메신저 가운데 1위가 되자 다음과 합병을 전격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네이버와 경쟁에서 밀린 다음과 손을 잡은 것이 큰 차이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1위 포털사이트와 합병하는 것이 영업엔 유리하겠지만 2위 업체와 합병은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클 수 있다"며 "김범수 의장이 2000년 4∼5위권이던 네이버와 합병했듯 이번에도 안정보다 도전을 택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두 번의 합병으로 김범수 의장의 자산도 그만큼 늘었다. 카카오의 지분을 이날 공시된 주식매수 예정가로 계산하면 김범수 의장 지분의 시가총액은 1조6천억원이 된다.
김범수 의장은 2007년 네이버 퇴사 뒤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했는데 처분 금액이 500억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