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불과 20여분만에 꺼졌지만,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고 대피 안내방송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또다시 '인재(人災)'를 되풀이하며 피해가 커졌다. ┃관련기사 23면
26일 오전 9시2분께 고양시 백석동의 고양종합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4분만에 현장에 도착, 9시29분께 화재를 진압했다. 불길은 빨리 잡혔지만 6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부상을 당한 대형 사고였다.
이날 불은 지하 1층 푸드코트 공사현장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튀면서 시작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 복수의 관계자는 "가스 배관 용접 중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도시가스가 누출돼 발화된 것 같다"고 밝혔다.
불이 나자 시민과 직원 700여명이 긴급 대피하면서 건물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불은 공사현장 주변에 있던 가연성 물질을 모두 태웠고 유독가스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등 통로를 타고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그러나 대형 화재 발생에도 통로에 설치된 방화셔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공사 중이던 A금융사는 내부 칸막이 변경을 위해 방화구획을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으로 연결되는 방화셔터를 무단으로 훼손한 상태였다. 또 1층 리모델링 공사로 지상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 쪽 방화셔터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뒤덮어 불이 시작된 지하 1층(1명)보다 지상 2층(5명)에서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2층에서 탈출한 김모(17)군은 "매캐한 냄새가 나고 잠시 뒤 경보음이 울렸고 미리 녹음돼 있던 대피방송이 나왔다"며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불길이 치솟았는데 방화셔터는 작동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생존자와 목격자들은 건물 측의 대피안내 등은 물론 소방당국의 초동대처도 미흡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모(38·여)씨는 "아들(1)과 지하 2층 마트서 장을 보던 중 사람들이 우왕좌왕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같이 탈출했다"며 "지하에서는 어떤 방송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 김모(67)씨는 "소방대원들이 건물 후문에는 오지 않아 2층에 얼굴을 내놓고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물수건을 던져줘야 했다"고 전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시설 작동 여부 및 법적 문제가 될 사항은 현장 목격자들의 말만 듣고 답변할 수 없다"며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뒤 공식 발표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재영·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