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을 논의하기 위해 28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KBS 이사회에 이사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KBS이사회(이사장 이길영)가 29일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처리를 내주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해온 양대 노조는 이날 오전 5시를 기해 공동 파업에 돌입하기로 해 대치 국면과 방송 파행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사회는 전날 오후 4시부터 여의도 KBS본관에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두고 9시간여 격론을 벌였으나 표결처리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달 5일 임시이사회를 다시 열어 해임제청안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이와 함께 노사 양측을 상대로 중재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

이사들은 이날 회의에서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보완해 제출한 해임제청안 제안사유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특히 제안사유 중 '공공성 훼손' 부분을 수정하는 문제에 대해 진통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이사들은 해임제청안을 28일 중 표결하자고 요구했으나 다수인 여당 이사들이 수정된 제안사유를 바탕으로 길 사장에게 해명 기회를 다시 줘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자정을 전후해서는 해임제청안 즉각 표결과 연기를 놓고 대립하다가 정회한 끝에 다음달 5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KBS 전국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길환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측 조준상 이사는 "6월5일로 연기해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한 여당 측 이사도 "6월5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처리하는 것으로 사실상 표결연기"라고 말했다.

이사회 표결 연기에 따라 KBS 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이날 오전 5시 공동 파업을 시작한다.

1노조에는 기술·경영 직군 중심으로 2천500여명, 새노조에는 기자·PD직군 중심으로 1천200여명이 소속돼 있다,

두 노조의 공동 파업은 2010년 새노조가 분리돼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다. 상황 변화가 없는 한 6·4 지방선거 방송과 브라질 월드컵 방송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길 사장을 겨냥한 사내 압박은 계속됐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전날 이사회에 앞서 총회를 열고 사원 절반에 가까운 2천200명의 기명 호소문 'KBS 이름으로 길환영 사장 해임결정을 요구합니다'를 낭독한 뒤 이사회 사무국에 전달했다.

KBS 기자협회 등이 열흘째 제작거부 중인 가운데 PD협회는 23일에 이어 전날 오전 5시부터 24시간 제작거부를 했다.

길 사장은 전날 오후 팀장 이상이 참석하는 회의를 계획했으나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사퇴한 팀장들의 불참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본관 정문 출입구를 걸어잠그고 본관 계단 앞에 대형 버스 2대를 주차하는 등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전날 저녁 KBS 본관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 관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