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가 내년 1분기에 상장한다.
삼성에버랜드는 3일 이사회를 열어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에버랜드 최대 주주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삼성그룹 경영권 3세 승계 작업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주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하는 시나리오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랜드 기업공개(IPO) 후에도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유지하게 하는 방안이다.
특히 이 회장이 지난 10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중인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상장 계획이 발표된 점도 주목된다. 에버랜드 상장 계획은 이 회장이 귀국한 지난 4월 이미 보고돼 재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이 회장이 3.72%(9만3천68주)를 갖고 있고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25.1%(62만7천390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이 각각 8.37%(20만9천129주)를 보유하고 있다.
재벌닷컴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가치는 상장 후 2조72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KCC가 2011년 삼성카드로부터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입할 당시 주당 가격인 182만원을 적용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1조1천418억원,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3천806억원, 이 회장은 1천694억원이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도 11.25%(87만4천312주)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이 부회장 등이 얻게 될 거액의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상장 차익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지분 매입과 상속세 재원 등으로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 일가 외에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삼성카드,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으로 18.48%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재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뤄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에버랜드는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에버랜드의 기업공개는 이런 순환출자 구조에 변화를 주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에버랜드 상장을 통해 삼성그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해온 일련의 그룹 사업재편 및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다.
업계에서는 사업이관 3건(패션·건물관리·전자부품 재료), 합병 3건(SDS-SNS, 종합화학-석유화학, SDI-제일모직), 사업매각 3건(코닝정밀소재, TSST, 테크윈의 MDS)에 이어 이번 상장 결정으로 사업재편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했다.
에버랜드 상장 이후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관측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버랜드는 지배구조의 핵심이어서 상장 차익을 보면서 지분을 팔 경우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에버랜드 상장은 삼성이 가족경영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오너 일가와 기관투자자 지분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경영체제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날 상장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재편된 사업부문들의 사업경쟁력을 조기 확보해 글로벌 패션·서비스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는 6월 중 주관회사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추진일정과 공모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날 상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패션부문의 핵심 육성사업인 패스트패션(에잇세컨즈)의 경우 공급망 투자와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하고 스포츠·아웃도어 등 신규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조트부문은 해외 선진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돼 용인 에버랜드의 시설 확충과 이와 연계한 호텔 투자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건설부문은 조경, 에너지 절감, 리모델링 등 친환경 기술 및 사업역량을 극대화하고 연수원, 호텔, 병원 등 특화 시장 수주를 확대하는 한편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급식사업(웰스토리)도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상장을 통해 대주주(44.5%)로 있는 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신기술 확보, 경영인프라 투자 등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