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참 많은 일들을 겪어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참 많은 것들을 얻어냈지요. 하지만 제가 가진 모든 기술들을 후배들에게 다 전해줄 때까지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KT 동수원전화국 선로기술과 윤승호(47) 실장은 수원지역 전화건설 현장에서 27년간 잔뼈가 굵은 베테랑 중에 베테랑. 지난 1975년 당시 수원체신청 공채 제1기로 입사해 수원전신전화국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으니, 수원전화국 공채 출신 현장직원 중에서는 가장 선배가 되는 셈이다.
당연히 그의 머리속에는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수원지역의 전화선로나 수많은 현장시설들이 지도처럼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수많은 선로가 그의 손으로 연결되었고, 유지보수를 위해 수원시내에서는 안가본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화선을 만지고 마무리하는 솜씨도 당연히 최고 수준급. 사내 통신경기대회에서 두번이나 상을 타낸 경력이 그의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말 별별 일이 다 생깁니다. 힘들고 지치는 일도 많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밝게 웃으며 수화기를 들게될 가입자를 생각하면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윤 실장은 그동안 큰일도 많이 치러냈다. 지난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에서 통신시설 운용요원으로 활약했고, 작년에는 수원월드컵 경기장의 대륙간컵 축구대회 통신시설 운용팀장을 맡아 완벽한 통신지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6만여 가입자의 전화선이 파괴됐던 1991년 안산시 롯데플라자 신축현장 붕괴사고, 수해로 전화국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던 1998년 경기북부 수해때도 복구현장의 가장 앞에는 늘 그가 있었다.
“기술이야 후배들보다 낫겠지요. 하지만 워낙에 정보통신 환경이라는 것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늘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낡은 기술자가 되기 쉽습니다.”
남다른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윤 실장은 사내에서 늘 노력하는 선배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가진 자격증만도 유선통신선로 기능사, 정보통신기술자, 직업훈련교사, 감리원, 인터넷정보기사 등 6개에 이른다. 지난 1997년에는 인천기능대학에 늦깎이로 입학, 그야말로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마치기도 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고도 정보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물론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시스템의 운용도 중요한 일이지만, 통신시설을 공급하고 관리하지 못한다면 이런 것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됩니다. 그런만큼 우리 현장직원들의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지요.”
지금도 현장에서 맨홀속으로 들어가고, 전신주에 올라가고, 전화선을 일일이 이어주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윤 실장. 그의 얼굴에서는 그동안 쌓아왔고 지켜온 자신감과 성실함이 진하게 배어나고 있었다.
끊긴 마음 잇는 '미다스의 손' - 동수원전화국 윤승호 실장
입력 2002-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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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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