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국내에서 처음 야생 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이후, 1년 동안 SFTS 환자 가운데 약 절반 정도가 생명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는 6월에 가장 많았고, 농업·임업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보건 당국은 여름철에 일을 많이 하는 농부나 임업인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가 8일 공개한 '국내 SFTS 발생 현황과 역학적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SFTS 의심 사례로 신고된 420명 가운데 36명이 바이러스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의 이번 분석은 확진자 가운데 증상이 나타난 3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35명 중 사망한 환자는 모두 16명으로, 치명률(치사율)은 45.7%로 집계됐다. 이는 이웃 중국(6%), 일본(39.6%)을 웃도는 수준이다.

신종 감염병으로서 아직 국내에서 발견된 환자 수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중증 환자 위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치명률이 높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또 보다 확실하게 치명률 차이의 원인을 밝히려면, 중국·일본 등 주변국에서 발견된 SFTS 바이러스와 국내 바이러스를 비교하는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발생 시기를 월별로 나눠보면, 6월(9명·25.7%)에 감염된 환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5월(7명)·7월(6명)·9월(5명) 등의 순이었다.

환자의 80%(25명)가 50세이상이었고, 전체 환자 연령의 중앙값(가운데 수치)은 73.5세였다. 사망자와 생존자를 나눠보면 연령 중앙값이 각각 73.5세, 61세로 나이가 많을수록 회복이 쉽지 않았다.

거주지는 주로(26명·74.3%) 시골(rural) 지역으로, 직업 역시 농업(19명·54.3%)·임업(6명·17.1%)이 전체의 70%를 넘었다.

진드기에 물릴 당시 행위도 ▲ 농작업 20명(60.6%) ▲ 임작업 7명(21.2%) ▲ 등산 6명(18.2%) ▲ 성묘 3명(9.1%) 등으로 거주지나 직업과 관련이 있었다. 31.4%(11명)의 환자에서 진드기에 물린 흔적이 확인됐고, 12.5%는 발병에 앞서 환자 자신이 진드기에 물린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정구역상 환자의 분포는 ▲ 제주 6명 ▲ 경북 5명 ▲ 대구 5명 ▲ 전남 4명 ▲ 강원 3명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전·광주·충북·전북·세종시 등에서는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제주 지역 환자 발생률이 높은 것과 관련, 질병관리본부는 "높은 평균 기온 때문에 SFTS의 매개 곤충인 작은소참진드기가 서식하기 유리한데다 중간 매개 동물인 말·사슴 등을 방목하는 초원이 많은 환경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모든 환자는 공통적으로 발열·오한(춥고 떨림) 증상을 보였고, 피로감(26명·74.3%)·의식저하(26명·74.3%)·설사(22명·66.9%)·식욕저하(21명·60.0%)·근육통(19명·54.3%) 등도 흔했다.

신재승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역학조사과 연구원은 "지금까지 유효한 SFTS 예방 백신이 없는 만큼,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상복 차림으로 수풀 등에서 작업하는 농·임업 종사자들이나 추석 전후로 성묘·벌초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주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