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수원의 한 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실험실에 쓰다남은 각종 시약과 실험기구 등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하태황기자
아세톤 등 약품관리 엉망
외부인 출입 통제도 없어
매년 100여건 화재에도
소화기, 문닫힘 방지용으로
"학교차원 투자관리해야"


지난 5일 수원시 A대학 자연과학대학 실험실. 문이 열려있는 실험실로 들어서자 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실험실 후드(Hood) 안에는 언제 누가 실험하던 물질인지 알 수 없는 용액들과 뚜껑이 없는 시약병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또 위험물인 아세톤, 노르말 헥산, 디클로로메탄 등이 담긴 18ℓ 철제 통들이 전용 캐비닛이 아닌 실험실 바닥에 다량으로 놓여 있었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아세톤만 하더라도 인화성이 강한데다 폭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A대는 약품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데다 이곳 실험실의 통제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실험실내 황산, 염산 등 위험 물질의 외부 유출도 가능한 상황이다.

수원 B대학과 용인의 C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 같은 시각 B대학 실험실에서 연구중인 한 학생은 기본적인 보호장비 없이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채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C대학 생명과학대학 실험동 복도는 양쪽에 냉장기계들로 가득 차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었으며, 이 기계들 위 아래로 얽힌 전선들이 위태롭게 지나고 있다. 화재 시 사용해야 할 소화기는 실험실 문이 닫히지 않도록 받쳐 놓는 용도로 사용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처럼 대학내 실험실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교 화재 발생 건수는 매년 100여건이 넘는다. 대학내 화재는 안전불감증에 따른 것으로 지난 4월에는 성남시 D대학 실험실에서 질산 가스가 담긴 용기가 폭발해 대학원생 2명이 화상을 입었고 1명이 질산 가스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의 E대학 과학관 1층 실험실에서 유해화학물질인 질산액이 누출돼 건물 출입이 1시간가량 통제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B대 대학원생 박모(28)씨는 "실험 시작 전에 실험실 보호장비 등 관리상태를 점검해야 하지만 생략할 때가 많다"며 "근본적으로 개선되려면 학교 차원에서 실험실 시설이나 안전 문제에 투자 등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연계해 대학기관 평가 인증에 연구실 안전 확보 내용을 추가하고, 연구실 안전관리 내용 평가항목을 대학 홈페이지 등에 공시해 선제적 사고 예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