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가 11일 경찰지원 속에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농성장에 대한 행정대집행에 나서 농성장 5곳을 모두 철거했다. 

이날 경찰 20개 중대 2천여명과 한국전력 직원 250명의 지원을 받은 밀양시가 행정대집행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인분을 뿌리고 알몸 저항, 스크럼 농성 등으로 극렬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수녀, 시민단체 회원 등이 가세하자 경찰이 3명을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20여명이 실신하거나 부상했다.

밀양시는 이날 오전 6시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송전탑으로 올라가는 진입로인 장동마을 입구 농성장에서 주민과 반대대책위원회 측에 행정대집행 영장을 제시하고철거를 시작했다.

밀양시는 영장에서 "반대대책위 소유의 불법시설물을 6월 2일까지 철거하도록 계고서를 송달했으나 지정된 기한까지 이행하지 않아 대집행함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이어 곧바로 철거작업이 시작되자 장동마을 입구 농성장에 있던 주민이 분뇨를 뿌리며 극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이 이들을 20여 분만에 끌어내자 시청 직원들이 농성장 철거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여경을 폭행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박모(70·여)씨를 현행범으로 체포, 조사를 한 후 석방했으며 6명을 한때 격리조치했다.

밀양시와 경찰은 이어 129번 송전탑 현장의 움막 농성장에 대해서도 행정대집행영장을 제시하고 철거작업을 마쳤다.

이곳에선 수녀 20여 명이 스크럼을 짜고 반발하면서 잠시 대치상황을 빚기도 했다.

또 일부 주민이 아래 속옷만 입고 알몸을 쇠사슬에 묶은 채 항의했으나 곧바로 끌려 나왔다.

이 과정에서 배모(59)씨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수녀와 주민, 경찰 등이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129번 송전탑 현장에서는 송전탑 부지 내 농성장 1곳과 진입로 인근 소규모 움막 2곳이 함께 철거됐다.

2곳의 농성장 철거를 마친 밀양시와 경찰은 평밭마을에서 800여m 떨어진 부북면위양마을 127번 송전탑 부지 안 농성장 철거작업을 이어갔다.

경찰은 움막을 둘러싸고 연좌농성을 벌인 40여 명의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을 끌어내고 농성장과 진입로 인근 움막을 철거했다.

이날 오후에는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송전탑 부지 움막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에게 행정대집행 영장을 제시하고 철거를 시작, 30여 분만에 마무리했다.

밀양시 공무원과 경찰이 농성장 주위를 둘러싸자 주민과 수녀, 시민단체 회원 60여명 가운데 일부는 몸에 쇠사슬을 묶고 저항했으나 이내 끌려나왔다.

이 과정에서 수녀와 시민단체 회원 등 2명이 탈진과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광주와 논산에서 온 수녀 20여 명은 미사를 보는 도중에 철거작업이 강행돼 미사가 중단되면서 일부 수녀는 실신하기도 했다.

경찰은 철거 상황을 취재하던 기자들을 현장에서 밀쳐내거나 사진 촬영을 방해하는 등 취재를 지나치게 제한해 취재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고답마을 농성장을 철거한 공무원과 경찰은 마지막 미착공 송전탑인 단장면 용회마을 101번 송전탑 부지로 이동해 농성장 철거에 들어갔다.
일부 주민이 움막 지붕에 올라가 저항하거나 연좌농성을 벌이며 한때 경찰과 대치했지만 모두 제지당했다.

경찰은 철거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새정치연합 장하나 국회의원의 보좌관 최모(42)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날 행정대집행에는 밀양시가 200여 명의 공무원을 동원해 농성장 철거작업을 벌였고, 경찰이 20개 중대 2천여 명의 경력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을 지원했다.

한국전력은 250여 명의 직원을 동원해 농성장 철거작업이 끝난 송전탑 부지에 경계 펜스를 설치하는 등 부지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날 행정대집행과 관련, '총체적인 불법과 폭력으로 점철된 잔혹한 행정대집행'이라고 규탄했다.

대책위는 긴급 성명에서 "이날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경찰은 움막을 직접 찢고 절단기로 주민의 몸에 감긴 쇠사슬을 끊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돼 주민이 쓰러지고 울부짖는 등 아비규환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각 현장에 파견된 국가인권위 소속 인권현장 지킴이는 이러한 불법상황에 대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며 "오늘 자행된 폭력을 절대로 잊지 않고 이 싸움의 진실과 정의를 밝히겠다"고 반발했다.

반면, 경찰은 시너와 LP가스 등 위험물질이 많은 농성장을 미리 답사하고 행정대집행에 투입된 경력을 사전에 훈련시켜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 우려했던 불상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남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대책위에서 행정대집행에 경찰이 관여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위험물질이 많은 농성장에서 각종 위험을 예방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정당한 활동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전력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에 이르는 90.5㎞ 구간의 철탑 161기 중 밀양 단장·산외·상동·부북면 구간 52기에 대해선 주민 반대로 공사를 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10월 공사를 본격 재개했다.

그동안 밀양지역 52기 송전탑 중 47기는 완공했거나 건설 중이지만 이날 행정대집행에 나선 5기의 송전탑은 주민들이 농성장을 짓고 극렬하게 반대해 착공이 지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