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청이 일본 마네키네코(복고양이)를 별관 청사 입구에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구는 이 고양이가 관광객을 불러 모을 것이라고 기대하였지만 공연한 논란만 자초한 형국이다. 일본인들은 앞다리를 올리고 있는 고양이 모양의 마네키네코를 식당이나 가게 입구, 가정집 현관에 세워놓고 사업 번창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한다. 일종의 민간신앙인 셈이다. 마네키네코는 현관 장식, 야외 조형물, 실내 장식, 장신구나 휴대전화의 장식용 등으로 판매되는 일본 문화상품이기도 하다.

이 조형물이 개항장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며 주민들이 비판하고 있다. 몇 해 전 중구가 예산을 들여 복원해 놓은 일본인거리도 논란이 많았다. 일본인거리는 기존의 콘크리트나 벽돌조 건축물에다 일본 상가건물의 목조기둥과 지붕모양만 부착해 놓은 모조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복원으로 관광이 활성화될 리 없다. 지자체들이 졸속 조형물을 설치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는 인천 중구뿐만이 아니다. 제주도는 얼마전에 성산 일출봉에 중국 암웨이 관광단을 위해 홍보 배너 깃발 수십 개를 설치하고,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일출봉에다 다국적 다단계 회사인 '암웨이(Amway)'사의 대형 영문 로고를 제작해서 설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중구는 개항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개항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개항장 제물포는 일본인과 중국인을 비롯한 서양인들이 조계지를 형성하여 거주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서구열강을 비롯한 제국주의의 패권 쟁탈장이었으며,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 하는 교두보이자 수탈의 관문이었다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중구는 문화지구로 지정되어 있는 개항장의 문화유산을 보존 활용하는 기본 방향부터 다시 설정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개항은 모순적이다. 개항으로부터 근대가 시작되었지만 개항 이후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개항장에서 보존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존된 유산에서 되새겨야 할 역사적 교훈이 무엇인지를 따지지 않는다면, 개항장은 싸구려 세트장으로, 심지어 식민지를 미화하는 공간으로 전락하여 관광 활성화는 고사하고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곳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