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재정난 속에 경기도가 지난해 예산 수천억원을 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가 불용처리한 금액은 모두 6천766억원가량이다. 올해로 넘긴 금액 2천782억원까지 합하면 지난해 도가 예산을 편성하고도 쓰지 못한 돈은 9천5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는 도가 본예산을 감액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정도로 재정여건이 어려웠던 해였다.

불용처리한 금액 중 5천500억원가량은 판교테크노밸리·고덕국제화계획지구 조성사업 등에 쓰이는 특별회계에서 발생했다. 입주업체의 사정에 따라 지출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등 예산 운용에 있어 유동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도의 설명이다.

일반사업비 중에서도 760억원을 불용처리했다. 수십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도 한 푼도 쓰지 못한 사업도 있었다.

도비 21억원이 지원될 예정이었던 오산역 환승센터 건립사업은 오산시와 한국철도공사간 협의 지연 등으로 고스란히 묶여 있었고, 4억원을 편성했지만 정부 지원이 확정된 감염병관리본부 설치도 마찬가지였다.

국비를 지원받고도 계획만큼 쓰지 못해 반납하는 경우도 있었다. 1억6천만원을 지원받은 식생활 교육 활성화 사업은 1천만원 남짓만 집행해 90% 이상을 토해냈고, 누리과정 운영비도 51억원가량 반납했다. 공공어린이집 사업비도 7억원가량을 쓰지 못했다.

지난달 도 예산에 대한 결산검사를 진행한 도 결산검사위원회측은 "사업별로 예산 운용 계획을 촘촘히 짜 남는 돈은 다른 민생사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최종 결산심의는 17일부터 시작되는 도의회 제288회 정례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