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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전셋값이 한 달도 거르지 않고 63개월째 올랐다. 3일 KB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전월 대비로 2009년 3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매달 상승했다. 이 조사를 시작한 1986년 이래 최장 상승 기록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부동산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었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가격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오름세가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사철을 앞두고 앞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하반기 새 아파트 입주물량, 재건축 이주, 매매거래 회복 여부가 전세가격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서울 아파트 전세 상승 전환…수도권도 하락 멈춰
15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 주 대비 0.01% 오르며 지난달 16일(0.03%) 이후 3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서울 은평구가 0.09% 올랐고 강동·관악·광진·서대문구는 각각 0.08%, 서초구와 용산구는 0.07%씩 상승했다.
1기 신도시 전셋값도 4주째 이어지던 하락세가 지난주 보합으로 전환하며 서울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역시 3주 만에 마이너스 행진을 멈췄다.
국가 공인통계인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는 전세가격 오름세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수도권의 아파트 전셋값은 2주 전 0.03%에서 지난주 0.05%로 오름폭이 확대됐고 이 가운데 2주 전 0.02%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들어 보합세로 돌아섰다.
전세가격 공표지역 117개 중 전 주 대비 상승지역이 2주 전 91개에서 지난주 101개 지역으로 늘었고, 보합세를 보인 곳도 32개 지역에서 46개 지역으로 증가했다. 이에 비해 하락지역은 54개에서 30개 지역으로 감소했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 힐스테이트 7차의 경우 직장·학교 문제로 이전하려는 수요자들이 전세를 찾고 있으나 나오는 물건이 없어 수요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전용면적 59㎡의 경우 3억1천만원, 85㎡는 3억8천만원으로 연초대비 4천만∼5천만원 가량 상승했다.
관악구 신림·봉천동 일대도 비수기에도 전세물건이 부족하다.
봉천동 낙성현대1차 아파트의 전용 84㎡ 전셋값은 3억5천만∼3억8천만원, 61㎡는 2억5천만∼2억9천만원으로 강세다.
봉천동 세양공인 대표는 "전세를 찾는 사람은 있는데 물건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라며 "매매거래는 뜸하지만 전세는 나오기만 하면 바로바로 소진된다"고 말했다.
광진구 자양동 일대도 전세 물건이 부족해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더샵스타시티 전용면적 100㎡는 5억7천만∼6억원으로 지난달보다 1천만∼2천만원 상승했다.
자양동 서울랜드공인 관계자는 "살기가 편해서 그런지 (계약 만기 후에도) 재계약이 많아 전세물건이 거의 없다"며 "반면 찾는 수요는 많아 작년 말보다 7천만∼8천만원 오를 정도로 강세"라고 말했다.
역시 자양동 우성3차 전용 84㎡도 4억∼4억5천만원으로 지난달보다 1천만원가량 상승했다.
수도권은 대체로 보합세(부동산114 조사)를 보인 가운데 의왕(0.02%), 과천·용인·화성시(0.01%) 등지에서 소폭 상승세로 전환했다.
◇ 국지적 상승 지속…입주량·재건축 이주·매매거래 회복 등 '변수'
이처럼 비수기에도 전셋값이 꿈틀거리는 것은 전세난에 시달린 세입자들이 성수기를 피해 서둘러 전세를 구하러 나선 까닭이다.
또 만기가 끝나고 재계약하는 사례가 늘면서 신규 입주단지를 제외하고는 시장에 나오는 전세물건이 많지 않다는 것도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장마와 여름 휴가철 등 비수기에 일부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국지적 상승세가 이어가다가 8월 이후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며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상승폭은 작년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통상 전세시장은 짝수해가 이주수요가 많고 가격도 크게 올랐으나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짝수해보다는 홀수해의 강세가 두드러진다"며 홀·짝수해 이론을 근거로 들었다.
국민은행 조사 결과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로 0.75% 올랐던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009년 4.56%, 2010년 8.85%에서 홀수해인 2011년 16.29%로 크게 상승한 뒤 짝수해인 2012년 4.29%로 상승폭이 급감했고 2013년에 다시 7.15%로 커졌다. 올해는 5월 말 현재 2.31% 상승했다.
박 전문위원은 "올해 가을 이사철에 전셋값이 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2012년의 모습을 보이며 작년보다는 전셋값이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입주물량 증가도 전셋값 안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6월 이후 아파트 입주물량은 17만1천602가구로 작년의 6∼12월 입주물량(13만2천468가구)에 비해 29.5% 증가한다.
반면 전셋값 상승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올해 하반기 서울 강남권에서 이주를 앞둔 재건축 단지가 2만여가구에 달해 이들 아파트가 한꺼번에 이주를 시작할 경우 주변 아파트와 주택의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하반기 매매시장 침체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매매 침체가 지속하면 집을 사려던 수요자들이 다시 전세로 돌아서 전셋값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과 세월호 참사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으나 하반기에도 마땅히 거래와 가격 상승을 이끌 모멘텀이 없어 보인다"며 "매매시장을 살릴 만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