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화 국회의장(왼쪽)이 17일 오전 여의도 국회 집무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단 면담에서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대표는 불참했다. /연합뉴스
여야는 17일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후반기 원구성과 국회 운영에 대한 협상을 계속했지만 국정감사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회동에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나왔지만, 전날 고성을 주고받으며 박 원내대표와 불편한 주례회담을 가졌던 새누리당 이완구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새누리당에서는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윤영석 원내대변인이 참석했고, 새정치연합에서는 박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박범계 대변인이 자리를 함께했다.

회동에서는 김 원내수석부대표와 박 원내대표 간 신경전이 벌어졌으며, 중재를 시도하던 정 의장과 김 원내수석부대표 간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됐다.

정 의장은 전날 여야 협의에 기초해 새누리당이 시작일로 제시한 23일과 새정치연합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29~30일의 중간쯤인 25~26일에 국감을 시작할 것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26일 국감을 시작하는 중재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 국조특위 기관보고 문제도 있기 때문에 국감 일정을 당초 열흘에서 1주일 정도로 줄이자"면서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감 분리실시에 따른 9월 국감에서의 중복감사 방지와 무분별한 증인채택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감실시 전 관련 법률과 규칙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사항에 국감을 6월과 9월에 총 10일씩 분리시행하고 이를 위해 관련 법률과 규칙 개정을 2월 국회에서 추진한다고 돼 있는데 관련 법률과 규칙이 개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개문발차식으로 국감 날짜를 잡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고, 실무적으로 그런 합의를 했을 때 의원들을 설득시켜 국감을 준비시키기에는 굉장한 역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전날 원내대표 회담에서 국감 시작일로 23일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이런 입장에서도 후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어제는 23일부터 시작하자고 강조했는데 오늘 새누리당이 다른 얘기를 한다. 새누리당에 진정성이 있는지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규정 개정의 핵심은 재벌총수를 (증인으로) 부르지 말자는 문구를 넣자는 것"이라면서 "그런 문구를 국회법에 넣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한다"고 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가 마련한 안 중에 재벌총수를 부르지 말자는 어떤 표현도 없다. 단지 특정한 경우 대표자를 부르고, 그렇지 않으면 임원을 부르자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정 의장은 김 원내수석부대표를 향해 "선배로서 말씀드리는 것"이라면서 "규정이나 규칙이 정해지지 않아서 지금 (국감을) 할 수 없다는 말인데, 그것은 국감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확실히 해라"고 다그쳤다.

정 의장은 김 원내수석부대표가 규정 개정도 없이 국감날짜를 정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하자 "본말전도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양당 원내대표를 다시 불러 중재를 시도할 예정이지만 오전에 불참했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참석할지는 불투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