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퇴직한 공무원의 출입증과 공무원증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은 탓에 군 내부 정보가 유출돼 민간업체의 돈벌이에 이용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1월 국방부와 국방시설본부 등을 대상으로 '군사시설 이전 및 군용지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산하 주한미군기지이전 사업단에서 근무했던 군무서기관이 공무원증과 출입증을 반납하지 않은 채 2010년 초 퇴직했는데도 1년5개월이 지난 2011년 6월에서야 이를 확인했다.

이 직원은 사업단을 나온 후 부동산 개발업체의 임원으로 취직, 공무원증과 출입증으로 자신이 근무하던 사업단을 마음껏 드나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 직원이 공무원증 등을 이용해 사업단 내부 시스템에 접근해 경기도 파주시 일대의 징발토지에 대한 지적공부 등을 유출하고, 공무원을 사칭해 원소유자의 주민등록등본 등을 발급받아 해당 업체에 넘겨줬다고 밝혔다.

이 임원이 정보를 빼내준 덕에 해당 부동산 개발업체는 이 땅이 팔릴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아내 지난해까지 모두 81억원 상당의 징발토지를 정부로부터 살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는 원소유자에게 우선적으로 매수권이 돌아가야 하지만 개발업체가 정보를 미리 입수해 원소유자로부터 매수권을 사들인 것이다.

더구나 매각 업무를 한 국방시설본부(3군사령부)가 감정평가회사에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은 탓에 인근 땅보다 3억원 정도 싸게 팔렸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방부가 군사용으로 활용하고자 민간에서 징집한 이른바 징발토지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유휴화된 징발토지가 시세차익을 노린 토지브로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국방부가 전체 징발토지의 78%에 이르는 2억519만㎡(205㎢)를 일반 매수토지로 분류해 관리한 탓에 땅이 놀게 됐을때 원주인에게 쉽게 찾아주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례를 제외하고도 국방부는 감사 시점 현재 22명의 퇴직공무원에 대해 출입증 등을 회수하지 않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한편 국방부가 기획재정부에 인계해야 하는 7천362억원 상당의 군 유휴지 961만㎡의 94.3%인 906만㎡를 유휴화된 지 10년 이상 지나도록 인계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3배에 가깝다.

이 중 매각이나 다른 용도로 활용가능한 유휴지가 전국적으로 729만㎡에 달하며 이 땅의 가치는 3천568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이중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 등 6대 광역시 내 유휴지는 1천696억원 상당으로 모두 49만3천㎡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 결과 서울시에서만 50억원 상당의 정부 땅 1천786㎡가 길게는 40년씩 무단으로 점유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2006∼2012년 부산의 비행장 일부를 '군용 항공기 정비' 목적으로 빌려주었으나 해당 업체가 이를 민간항공기 정비에 사용해온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 부지가 애초 대여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데도 이를 파악조차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받았어야 할 사용료 3억원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