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경찰서는 태조어진, 승정원일기 등 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를 무등록으로 수리·보존처리한 혐의(문화재수리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대학교수 박모(53·여)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문화재 수리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능력을 보유하고 5천만원 이상의 자본금 등 요건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한다.

경기도 소재 Y대 교수 박씨는 1994년부터 서울 동작구 상도동 소재 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국보 239점을 하도급받아 수리해 총 13억8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가 보존·수리한 문화재 중에는 국보 317호 '태조어진', 국보 303호 '승정원일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무등록업체를 20년간 운영해오면서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박씨는 문화재청, 고궁박물관 등으로부터 제한입찰에 참여해 문화재 공사를 수주했다.

박씨처럼 시·도지사에 등록하지 않고 문화재를 수리한 국립현대미술관 공무원 차모(58)씨 등 3명도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또 불법으로 문화재 수리 하도급을 준 보존과학업 대표 전모(46)씨 등 17명과 문화재수리 자격증을 대여해준 김모(60)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행법상 전문문화재수리업자는 문화재 수리를 직접 수행해야 하며 하도급을 줄 수 없다.

보존과학업 대표 전씨 등은 보물 문화재의 보존처리 공사를 낙찰받아 무등록업체 연구소에 불법 하도급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전씨 등은 2012년 12월께 청주시청으로부터 보물 1258호 '보살사 영산회괘불도' 보존처리 공사를 1억2천7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들은 공사 금액의 20∼30%를 수수료로 공제한 9천500만원에 무등록업체인 K문화재연구소에 불법 하도급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초상화, 승정원일기 등 문화재를 취급할 수 있는 보전과학업등록업체는 3∼5개 정도"라며 "이들 업체가 문화재 수리공사를 낙찰받아 수리해야 하지만 이런 문화재를 취급할 수 없는 업체에서 낙찰받아 무등록업자 등에게 하도급을 주는 불법행위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