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의 패키지 인수 계획을 접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이 답보 상태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

인천공장 패키지는 2조7천억원에 이르는 동부그룹 자구계획안의 핵심 매물이어서 매각 지연은 동부그룹 전체 구조조정의 지연을 의미한다.

인천공장 매각 무산으로 동부제철의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겨 결국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돌입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개별 매각을 요청했던 동부그룹의 요청을 묵살하고 포스코 앞으로 패키지 인수를 요청했던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매각 지연에 부담을 지게 됐다.



◇동부 구조조정안의 핵심 매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4일 포스코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동부 패키지의 인수 검토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수 때 감당해야 할 재무적 부담에 비해 사업성이나 그룹 전체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결국 가격으로 동부 측은 1조5천억원을 기대했지만, 포스코는 8천억원 이하를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업은행은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대해 총 인수금액의 20∼30%를 부담하면 이 공장의 경영권과 동부발전당진의 우선인수협상권을 갖도록 하는 방식의 패키지 인수를 제안한 바 있다.

나머지 70∼80%는 산업은행이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해 자금을 채운다는 계획이었다.

경쟁입찰을 원하는 동부 측의 반발을 무릅쓰고 패키지 인수 컨소시엄에 포스코만을 참여시키기로 한 것을 두고 당시 업계에서는 당국의 정책적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2위 컬러강 생산시설인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에 중국 바오산 철강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로서는 중국 업체에 국내 철강시장의 안방을 내주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구조조정에 착수한 포스코가 이미 시장 포화상태인 인천공장의 컬러강 생산시설을 인수할 의향이 없음을 내비치자 일종의 당근책으로 알짜 매물인 동부당진발전까지 패키지로 묶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산업은행 "인천공장 매수의향자 없었다"

산업은행은 일각의 추측과는 달리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관심을 보인 매수의향자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대안으로 당진발전소에 관심을 가진 포스코에 패키지 매물로 인천공장 인수 검토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패키지 매각을 추진했던 배경에 대해 "1월부터 직·간접적으로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잠재 매수자를 접촉했으나 매수의향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인천공장 매각주체이자 자문사인 산은 앞으로 인수의향을 타진한 기관이 전혀 없었으며, 해외 투자은행을 통해 중국 철강업계의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결과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바오산 철강 등이 관심을 보였다는 업계의 분석과는 다른 설명이다.

지난 4월 동부 측이 제한적 경쟁입찰을 요구한 것을 묵살한 것에 대해서는 "잠재매수자가 없는 상황에서 경쟁입찰 성립 가능성이 없었다"며 "경쟁입찰을 추진하더라도 장기간이 소요돼 동부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가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류 부행장은 "동종산업을 영위하고 발전사업에도 관심이 있는 포스코가 고려 가능한 잠재적 매수자여서 패키지 매수 방안을 요청했다"며 "중국 철강업체에도 실사를 위한 데이터룸을 개방했으나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개별매각 전환…인천공장은 매각방식 추가협의

패키지 매각의 전권을 위임받은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을 개별매각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즉시 착수하기로 했다.

우선 매입의향자가 많은 당진발전은 이달 중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즉시 개시하기로 했다.

당진발전은 주민 설득이 끝난 만큼 연내 착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둔 업체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잠재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은 동부제철 인천공장이다.

류 부행장은 "제철 인천공장은 채권단 및 동부그룹과 협의해 향후 추진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철 인천공장은 국내에는 잠재적 매입자가 없는 만큼 결국은 중국 등 해외 철강업체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에서 지금까지 이행된 자구안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3천100억원)과 동부특수강(1천100억원), 당진항만(1천500억원) 지분 매각이다.

이중 동부특수강 매각은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에 최저금액으로 일단 매각하고 제3자에 매각되면 대금을 사후 정산하게끔 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