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지명자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게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하고 자진사퇴했다. 이로써 박근혜정부는 출범이후 3명의 총리 지명자가 청문회장 문턱을 넘기도 전에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히 문 지명자의 사퇴는 안대희 전 지명자에 이은 '연쇄 낙마'라는 점에서 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되게 됐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은 지난 4월27일이었다. 그리고 무려 60일 가까이 '총리 부재'가 이어지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문 지명자 사퇴로 국정 공백 장기화가 또 불가피해졌다. 이뿐인가. 청와대의 연이은 인사검증 실패에 따른 책임 논란으로 정국은 혼란에 빠지게 됐다. 이번 문 지명자 낙마 책임과 장기간 국정공백의 1차적인 책임은 누가 뭐래도 청와대에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물론 여야 정치권도 이번 문 지명자 사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지명자가 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여론몰이로 한 인격체를 무참히 짓밟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인지 반성해야 한다. 민주주의 절차가 제대로 지켜질 때 그 사회가 성숙된 민주주의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스스로 이를 부정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책무를 포기하면서 도대체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비난한다는 것인가.
문 지명자 낙마를 계기로 앞으로 일반인이 총리를 맡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개인적으로 눈곱만치의 의혹도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지명자의 '이념'이 하나 더 추가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과연 이를 충족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문 지명자의 청문회 출석을 두고 국민의 의견이 크게 갈린 것도 걱정이다. 진영논리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특히 이념문제가 총리의 잣대로 부각돼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념으로 인한 좌우대립이 더욱 극심해질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유능한 인재를 찾아 삼고초려해 지명한들 청문회에 앉히기는 불가능하다. 총리 지명자에 정치인들의 이름만 거론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청와대는 인사시스템을 정비하고, 박 대통령은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 그때 그 심정으로 국정 수습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
문 총리 지명자 자진사퇴가 남긴 것
입력 2014-06-24 20:53
지면 아이콘
지면
ⓘ
2014-06-25 13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관련기사
-
새누리 당권주자 '靑 인사검증 시스템의 오류'
2014-06-24
-
문창극 후보자, 청문회 문도 못 열고 사퇴(종합)
2014-06-24
-
박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 사의반려 유임… 인사수석비서관실 신설키로
2014-06-26
-
정홍원 유임 결정에 새정치 '새 국무총리 추천능력없는 무능정권 자인'
201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