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전월세보증금 단기대출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 기금예산 확보에 나섰다.

대출 수요 급증은 지난해 대출금리를 낮추고 대출 한도를 높인 데 이어 올해 5월부터 SH공사 공공임대주택 당첨자에게 계약금을 단기간 대출해주는 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의회 등에선 대출금리 인하 등 제도 개선으로 전월세보증금 단기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서울시가 뒤늦게 예산 확보에 나서는 등 뒷북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위원장 장환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전월세보증금 지원 기금예산을 74억원에서 180억원으로 106억원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전월세보증금 단기대출은 계약종료 전 이사 시기 불일치 문제로 불편을 겪는 일반 세입자와 SH공사 주택 입주자에게 임차보증금을 단기간 대출해주는 제도로, 박원순 시장 1기 시정의 주요 사업이었다.

시는 처음 제도를 도입한 2012년에는 2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대출기준이 까다로워 전액 미집행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대출금리를 3.5%에서 2%로 낮추고 대출 한도를 1억 6천5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는 등 제도를 개선하면서 지난해에는 편성 예산 50억원이 모두 집행됐다.

이처럼 수요 급증이 예측되는데도 시는 올해 예산을 작년과 같은 50억원만 편성해 금방 소진되자 5월에 자체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열어 24억원을 한 차례 증액했고, 관련 예산은 총 74억원이 됐다.

이와 관련, 시의회에선 24억원을 증액한 것은 25억원 이상을 증액할 경우 서울시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편법적으로 계산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차례 증액에도 수요는 계속 늘어 이미 확보한 24억원까지 이달 말 모두 소진될 위기에 처하자 시는 결국 106억원을 다시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시의회에 보고했다. 총예산이 180억원에 달해 작년(50억원)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시는 "회수금 규모를 예측한 결과 융자금 회수금액이 100억원 이상 가능해 기금 손실 위험이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시의회에 설명, 동의를 얻어냈다.

장 위원장은 "임대보증금 미반환으로 막힌 자금 순환에 물꼬를 트고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려면 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매번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메우다 보면 선심성 사업에 '쌈짓돈' 예산을 쓴다는 비판이 일 수 있어 지출계획 수립에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늘리려 했으나 재정 사정 탓에 지난해와 동일하게 편성하고 추후 동의를 얻어 기금예산을 더 확보하기로 내부적으로 얘기가 됐는데 시의회에 설명이 충분치 못했다"며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